경찰청 과거사위는 이날 중간조사결과 발표를 통해 "`자주대오'라는 조직을 국가보안법상 이적단체로 인정하는 데 중요한 요소였던 명칭ㆍ강령ㆍ규약 등은 신빙성이 없고 증거능력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당시 명칭, 강령, 규약은 피의자 송모(당시 23세)씨가 국군기무사령부 수사관의 지시에 따라 자필로 작성한 것 이외에는 실제 문건 등 물증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송씨는 "당시 기무사 수사관으로부터 구타와 협박을 당하고 10여일간 거의 잠을 자지 못한 상태에서 수사관이 불러 주는 대로 받아 적고 허위 자백을 했다"고 주장했다고 위원회는 전했다.
이종수 경찰청 과거사위원장은 "신빙성이 약한 증거를 채택해 그 내용 중 일부를 범죄 사실로 인정한 점은 의혹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경찰청 과거사위는 또 1991년 6월 사건 발표 당시 사진까지 공개했던 디스켓과 암호해독문이 수사기록, 공소장, 판결문 등에서 증거자료로 다뤄진 흔적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당시 `암호해독문' 작성자였던 최모씨는 "고3 시절 여자친구와 연애편지를 재미있게 주고받기 위해 곧바로 알아볼 수 있도록 껌 포장지에 써서 일기장 속에 보관했던 것"이라고 말했다고 위원회는 전했다.
이 위원장은 "경찰은 발표 당시 일반적으로 간첩들이나 사용하는 암호해독문, 지하비밀조직 등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일반 국민에게 과장된 인상을 심었고 관련자와 그 가족의 인권을 침해했다"고 말했다.
앞으로는 국가보안법 위반사건을 포함해 모든 수사 사건에 대해 객관적이고 정확한 증거와 자료를 바탕으로 필요한 사항만 공개해야 할 것이라고 이 위원장은 당부했다.
조사 과정에서 고문ㆍ가혹행위가 있었는지에 대해 위원회는 "일부 수사관이 강압수사를 한 적이 있다는 주장이 당시 조사를 받았던 피의자들로부터 나왔으나 자료폐기와 진술 불일치로 진위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당시 기무사에서 조사를 받은 관련자들은 "수사관들이 원하는 진술을 받아내기 위해 구타ㆍ가혹행위를 했다"고 말했으나 당시 기무사 수사관들은 이를 부인했다.
위원회는 당시 상황으로 볼 때 기무사 수사관과 치안본부 대공분실에서 파견된 수사관 등이 일부 관련자에 대해 욕설이나 구타 등을 전혀 하지 않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김동원기자 davi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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