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지 자체는 학교를 정상화하기 위한 것이지만 임시이사가 파견된 뒤 정상 회복된 사학은 그리 많지 않다. 분규의 사안이 복잡하고 학교 구성원 간의 이해관계가 달라 조정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임시이사 파견은 문제 해결의 끝이 아니라 ‘또 다른 문제의 시작’으로 불리기도 한다.
현재 임시이사가 파견된 대학은 4년제 대학이 13곳, 전문대 8곳 등 모두 21곳이다. 현재 5년 이상 임시이사 체제인 대학은 10곳이나 된다. 영남대는 18년, 조선대는 19년이나 임시이사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문제를 해결해야 할 임시이사가 제 구실을 못하거나 정상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임시이사는 각계 인사로 구성되지만 행정 경험이 있는 전직 교육 관료나 해당지역 교육기관장이 단골로 참여한다.
최근에는 정치적 배경을 가진 인사들이 임시재단의 이사나 이사장으로 앉아 판공비나 승용차 제공 등 각종 혜택을 누리는 자리로 삼아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일각에선 “임시이사들이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사례도 많고 경영능력이 없어 오히려 학교 발전을 가로막는다”고 비판한다.
실제로 임시이사진이 문제 대학에 파견되면 교수와 교직원들의 불만을 달래기 위해 월급을 올려 주거나 복지 혜택을 늘려 주는 곳이 많다. 이 때문에 문제 대학이 오히려 다른 대학보다 처우가 나은 기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교육부는 현재 임시이사 파견 대학 가운데 광운대 대구대 등 4년제 대학 6곳과 경인여대 등 전문대 3곳 등 9곳을 정식이사 체제로 전환할 계획이다.
그러나 교육부가 정상화 방안을 제출하라고 요구하는데도 대학들은 구체적인 철수 계획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구성원 의견이 서로 다르고 설립자에 대한 금전적 보상 문제 등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사립학교법 개정에 따라 대학평의원회에서 전체 이사의 4분의 1을 개방형 이사로 추천해야 한다. 그러나 평의원회 지분을 서로 많이 차지하기 위해 구성원들이 다투는 바람에 평의원회를 구성하지 못해 임시이사가 철수하지 않는 대학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임시이사 파견이나 철수 여부를 교육부가 아닌 법원의 판결로 결정 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인철 기자 in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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