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이 25m, 둘레 10.7m인 이 고목(古木)의 추정 수령(樹齡)은 869년. 고려시대인 1138년경부터 한자리를 지켜온 셈이다.
1968년 서울시 보호수 제1호로 지정된 이 은행나무는 서울시가 공인한 가장 오래된 나무다. 당시 서초구 서초동 검찰청 앞 향나무와 금천구 시흥동 은행나무 사거리 일대 은행나무 세 그루 등도 함께 보호수로 지정됐다.
이 나무가 서 있는 자리에서 북쪽으로 100m 떨어진 곳에는 300여 년 늦은 1513년에 묻힌 연산군묘가 있다.
연산군묘 왼편에는 600년 전부터 파평 윤씨 일가가 모여 살던 원당마을 사람들이 식수로 사용했던 ‘원당샘’이라는 우물이 있다.
이 우물은 가뭄에도 마른 적이 없고 항상 일정한 수온을 유지해 혹한에도 얼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800년이 넘는 세월에도 이 나무가 건강한 것은 우물의 수맥 덕분이라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나무에는 나라에 좋지 않은 일이 있을 때마다 불이 난다는 전설이 있다. 가장 최근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서거하기 1년 전인 1978년 화재가 났었다.
사람들은 이 나무에 영험한 힘이 있다고 믿어 연초마다 나무 앞에서 제사를 지내 왔다고 한다. 1960년대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맥이 끊겼던 이 풍습은 약 10년 전 동네 주민들이 제사를 부활시키면서 되살아났다. 매년 정월 대보름마다 경로잔치를 겸해 동네잔치 성격의 행사를 벌이고 있다.
현재 나무의 상태는 ‘양호’. 산림청에서는 나무를 매우 양호, 양호, 보통 ,불량, 매우 불량 등 5가지로 분류하는데, 이 나무는 최고령 할아버지인 데 비해 건강상태는 좋은 편이다.
이 나무가 원래 건강했던 건 아니다. 왼편에 들어선 신동아 아파트와 오른편의 빌라에 막혀 뿌리와 가지를 뻗지 못해 한때 나무의 색깔이 변했다.
그러자 1995년 주민들이 ‘은행나무의 주변 환경을 개선해 달라’는 민원을 제기해 빌라 한 동을 철거하고 지지대로 힘없는 가지를 군데군데 받치는 동시에 병충해로 썩어 들어간 부분을 잘라내는 외과 수술을 4차례나 한 결과 생육 상태를 회복할 수 있었다.
도봉구 관계자는 “최근 사들인 빌라 두 동을 곧 철거할 예정”이라며 “나무 주변 환경을 개선해 최고령 나무의 명맥을 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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