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만 문제삼는 ‘차별 잣대’ 버려야
▽이지은 위원=성매매 여성이 에이즈 매개자일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해 집단검진을 강제하는 것은 예단에 근거한 과도한 조치입니다. 전염성 위험성에 대한 교육 홍보를 강화하고 전 국민을 대상으로 건강검진을 의무화하는 방안이 있으니까요. 모두의 자발적 노력이 바람직한 방향이라면 굳이 성매매 여성에게만 검사를 강제할 필요는 없겠습니다.
▽윤영철 위원=강제검진 조항을 삭제하라는 권고에 충분히 공감합니다. 성매매 여성과 질병을 바로 연결짓는 편견이 확산될 수도 있으니까요. 사회 분위기나 규범을 감안한다면 실제로 검진이 이뤄지는 현장에 과연 인권을 고려하는 시스템이 구축돼 있는지도 의문입니다.
▽최현희 위원=강제검진이 효과적인 예방책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는 인식의 전환이 요구됩니다. 특정 집단을 혐오스러운 질병의 매개자로 사회적 낙인을 찍는다면 오히려 신분을 숨기고 차별대우로부터 도피하려는 폐쇄성을 띠기 마련이지요. 부작용을 키울 수 있습니다.
▽김일수 위원장=‘강제’에만 초점을 두면 과도한 조치가 됩니다. 성매매에 참여하는 남성도 같은 위험성을 갖는 만큼 동일한 조치를 취해야겠지요. ‘남성은 무죄, 여성은 감염원’식의 차별대우와 이를 당연시하는 보도 태도는 의도가 어떻든 인권적 편향성을 비판받아 마땅합니다.
―성매매특별법 관련 보도도 실효성과 부작용에만 초점을 맞추고 성매매 행위의 불법성과 이에 따른 인권유린은 덮어 버린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성매매 여성 보도의 바람직한 방향은….
▽윤 위원=‘성매매 여성’과 ‘일반 여성’으로 구분하는가 하면 ‘걸어다니는 시한폭탄’이라고 성매매 여성을 잠재적 보균자로 간주하는 보도마저 있었습니다. 용어 하나하나에도 신경을 써 보도해야 합니다. 요즘 들어 ‘성매매 여성’이라는 용어를 많이 쓰고 있는데 ‘매춘 여성’ ‘윤락 여성’ ‘직업 여성’ 등보다 발전된 용어라고 생각합니다.
▽이 위원=성매매는 불법이지만 엄연히 존재하는 현실이 문제입니다. 성매매 여성에 대해서도 인간으로서의 존엄성보다 상품화 측면에서 접근하는 경향입니다. 그러면 성을 사려는 남성 역시 스스로의 존엄을 포기했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요. 모든 것을 남성 중심으로 재단하는 태도부터 바꿔 가야 합니다.
▽최 위원=신체의 자유는 기본권으로 국가안전이나 공공복리 등을 위해서만 제한할 수 있는 ‘최소 침해의 원칙’이 적용됩니다. 국민건강권의 확보를 위해 기본권을 제한하려면 구체적 데이터가 있어야 합니다. 강제검진이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 통계자료를 근거로 대안을 제시하는 심층보도가 미흡하다는 점이 아쉽습니다.
▽김 위원장=에이즈 청정지역이던 우리나라에도 적신호가 켜진 현실에서 행정당국이 강제성을 띤 예방 조치를 강화하겠다고 나선 취지는 이해할 만합니다. 하지만 특정 집단에만 검진을 강제하는 것은 과도합니다. 언론은 성매매 여성에 대한 인권차별적 요소를 완화하도록 공론화해 건강한 지평을 마련해 주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윤 위원=성을 사려는 남성의 윤리적 마비를 비판하고 정면 돌파하는 ‘남성 자정 캠페인’을 벌인다면 사회적 패러다임의 획기적 전환을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요. 취재현장에 나서는 여성 기자가 급증하고 있어 인식의 전환은 시간 문제로도 보입니다만….
▽이 위원=일상적인 문제에 깊이 고민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를 일신하자면 언론이 책임감을 갖고 역할을 다해야 합니다. 성매매가 불법행위라면 마땅히 공급자 수요자 쌍방 모두가 문제가 되겠지요. 한편에 치중해 문제를 지적하는 태도는 온당치 않습니다.
▽최 위원=차별적 편견인지, 실체적 진실인지 깊은 탐구가 요구됩니다. 편견에 불과하다면 깨뜨려야 하고, 진실이라면 언론도 나름대로 고민할 책임이 있습니다. 성매매는 불법이니 불법 행위자는 제재를 감수해야 한다는 일반의 편견도 이데올로기적 차별의식의 핵심이 됩니다. 에이즈 확산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사회적 편견에서 벗어나 스스로 안전을 실천하도록 유도하는 언론의 균형 잡힌 시각이 절실합니다.
정리=김종하 기자 1101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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