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산물 '국적세탁' 위험수위

  • 입력 2007년 3월 15일 17시 39분


농수산물 '국적세탁'이 위험 수위에 이르렀다. 그동안 중국산 호두, 고추, 북어 등 농수산물들이 '북한산(産)'으로 위장돼 들어오다 최근에는 인삼농축액처럼 가공된 건강식품으로 밀려들기 시작한 것.

게다가 이들 식품에는 국내에서 사용이 금지된 암 유발 농약성분까지 검출돼 충격을 주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외사3계는 중국산 및 북한산 인삼농축액과 국내산 홍삼농축액 일부를 섞어 국산제품으로 속여 총 23억 5000만 원 어치를 판매한(원산지 허위표시 등) 13명을 적발해 제조업자 노모(40)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15일 밝혔다.

경찰은 이들이 북한 나진항에서 들여온 20t 이상의 인삼농축액을 북한산이라고 주장하지만, 대부분을 중국산인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에서 주로 사용되는 농약 물질 및 용기에 있던 중국 제품 스티커를 떼 낸 뒤 북한 스티커를 다시 붙여 국적을 세탁했다는 것.

조선족 김모(39·여) 씨 등 수입업자들은 북한산은 '민족내부거래'로 관세가 부과되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해 중국산에 붙는 20% 관세를 피했고 제조업자는 값이 싼 중국산을 이용해 폭리를 취했다.

노 씨는 또 유명 화장품의 원료로 사용될 인삼농축액을 9차례에 걸쳐 586kg을 공급했고 B제과에 350kg, C조합에 95kg를 팔았다. 경찰 조사결과 이 제품들에서는 오랫동안 복용할 경우 암, 구토, 기형아 출산 및 홍반 등 부작용을 일으킬 우려가 있는 금지농약 벤젠헥사크로라이드(BHC) 및 퀸토젠이 검출됐다.

검출량은 허용치 이내지만 장기 복용 시 위험할 수 있어 국내에서는 생산 및 사용이 금지됐다.

관세청에 따르면 북한산으로 '국적 세탁'된 중국·러시아산 농수산물이 적발된 물량은 총 514억4400만 원 어치. 전문가들은 실제로 수입되는 북한산 농수산물의 절반 이상이 유해 중국산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한 북한에서는 조직적으로 이 같은 범행에 편승해 외화벌이를 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번에 적발된 제품에는 북한 내 회사인 '선봉 유한회사'의 딱지가 붙어 있었으며 그동안 적발된 것들도 조선민족경제인연합회 또는 이 단체 소속 무역회사로부터 가짜 원산지 증명서와 수출검사서를 발급받았다.

서울지방경찰청 외사3계장 임창묵 팀장은 "민족내부거래에서도 철저한 물품 검역이 필요하지만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최근 북한산으로 위장해 폭리를 취하려는 업자들이 급속히 늘어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우열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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