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절규 들리지 않더냐 … " 인천 유괴사건 현장검증

  • 입력 2007년 3월 19일 15시 26분


"당신도 인간이야? 어떻게 사람의 탈을 쓰고 그런 흉악한 범죄를 저지를 수가 있느냐고."

19일 오전 10시 인천 초등학생 유괴 살해사건에 대한 경찰의 현장검증이 열린 연수구 송도동 K아파트 상가 앞 도로.

이날 경찰은 유괴범 이모(29·견인차 운전기사) 씨가 11일 오후 1시 반경 인천 M초등학교 2학년 박모(8) 군을 납치한 장소인 이 도로를 시작으로 모두 13곳에서 현장검증을 실시했다.

남색 야구 모자를 깊게 눌러쓰고, 마스크를 써서 얼굴을 가린 이 씨는 도로에 자신의 견인차를 세워놓은 뒤 박 군에게 길을 묻는 것처럼 유인해 납치하는 장면을 재연했다.

박 군 대신 사용한 마네킹을 차에 태우는 장면을 현장에서 지켜보던 시민들은 "아이고, 어쩌면 좋아"를 외치며 안타까운 마음에 발을 굴렀다.

이어 이 도로에서 5㎞ 정도 떨어진 남동구 고잔동 남동공단 유수지로 자리를 옮겨 이 씨는 박 군의 입과 손, 발을 테이프로 묶은 뒤 쌀자루로 싸서 산 채로 유수지에 던져 버리는 상황을 재연했다. 이때 이 씨는 포승줄이 묶인 두 손으로 마네킹을 안아 던지는 시늉만 했을 뿐 마네킹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했다.

유수지 현장 검증을 마치고 경찰의 호송차에 타려는 이 씨를 지켜보던 시민들의 분노가 쏟아졌다.

"살려달라는 아이의 절규가 들리지 않더냐?"

"너도 딸을 둔 아버지라면서 아이가 무슨 죄가 있다고…."

박 군이 다니던 교회의 교인인 30대 여성은 자리에 주저앉아 울부짖었고, 한 중년 남성도 호송차 앞 유리를 손으로 치면서 고개를 숙인 이 씨에게 "왜 그랬느냐"며 분노를 삭이지 못했다.

11일 오후 1시반경 박 군을 납치한 이 씨는 10시간이 지난 오후 11시반 경 살아있던 박 군을 유수지에 던져 숨지게 한 뒤 박 군 부모에게 돈을 요구하는 협박전화를 걸다가 14일 오후 경찰에 붙잡혔다.

인천=황금천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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