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동서남북/치안센터 한 곳 없는 ‘인천의 강남’

  • 입력 2007년 3월 20일 07시 03분


19일 낮 12시경 유괴된 지 나흘 만에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된 박모(8) 군이 다니던 인천 연수구 송도동 M 초등학교 교문 앞.

수업이 끝난 자녀를 집으로 데려가기 위해 100여 명이 넘는 주부가 근심어린 표정으로 모여들었다.

이들은 대부분 박 군과 비슷한 또래인 1, 2학년생 자녀를 둔 어머니.

주부 김모(36) 씨는 “박 군 사건이 남의 일 같지 않고, 아이들이 혼자 다니는 것이 불안해 나왔다”며 “치안이 불안해 어른들도 밤에 외출하길 꺼릴 정도”라고 말했다.

박 군이 살던 송도국제도시는 ‘인천의 강남’으로 불린다. 각종 개발계획이 발표되면서 아파트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2005년부터 아파트 입주가 시작돼 내국인 2만여 명과 외국인도 650여 명이 살고 있다.

하지만 이 도시에는 경찰 지구대나 치안센터가 단 한 곳도 없다. 그 흔한 감시용 폐쇄회로(CC)TV도 없어 치안 사각지대로 통한다.

현재 이 도시의 치안을 맡고 있는 것은 연수경찰서 송도지구대에서 지난해 12월 배치한 순찰차 1대가 전부다.

각종 사건사고가 잇따라 주민들은 그동안 경찰과 지자체에 근본적인 치안대책을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

본보도 지난해 이 도시의 불안한 치안과 지구대 설치 필요성을 지적했으나 경찰은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

참다 못한 이 지역 11개 아파트단지입주자대표회장은 같은 해 12월 인천지방경찰청장 앞으로 공문을 보내 “지구대나 이동파출소라도 설치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아직까지 소식이 없다.

연수구가 주민의 요구에 따라 2억 원을 들여 CCTV 10대를 설치하기로 했지만 설계가 늦어져 5월 이후에나 설치될 것으로 보인다.

송도동 아파트단지입주자대표회 박한준(42) 총무는 “박 군 유괴와 같은 끔찍한 사건이 터진 것은 결국 당국의 무관심 때문에 빚어진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유괴범 이모 씨가 경찰에서 “송도동을 부자 동네로 생각해 범행 장소로 선택했다”고 진술하자 주민들의 범죄에 대한 공포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자녀들의 등하굣길이 불안해 학부모들이 교문 앞에 줄을 서는 진풍경이 언제쯤 사라지게 될지 안타깝기만 하다.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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