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이사람/대구시 문화관광해설사 김정희 씨

  • 입력 2007년 3월 20일 08시 49분


“유불교 문화재 모인 대구 알리기 보람”

“보석 같은 대구의 문화유산을 알리는 데 큰 보람을 느껴 점점 이 일의 매력에 빠져들고 있습니다.”

대구시 문화관광해설사인 김정희(44·여) 씨는 19일 “토 일요일에 제대로 쉬지도 못한 채 관광객들을 만나는 일정을 소화하느라 힘들지만 이 일을 후회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김 씨는 “처음에는 국내외 관광객들에게 문화재를 소개하는 단순한 일인 줄 알았으나 한 달간 교육을 받은 뒤 보고서를 써 내고 시험을 치는 등 전문과정을 거치면서 ‘세상에 쉬운 일은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지역에서 고교를 졸업하고 10여 년간 직장생활을 한 그는 새로운 인생에 도전하기 위해 1997년 무작정 일본으로 건너가 간세이가쿠인(關西學院)대 종합정책학과를 졸업할 때까지 6년간 일본에서 유학생활을 했다.

그는 귀국한 이후 일본어 실력을 활용하기 위해 문화관광해설사를 지원했으며 문화관광 분야의 전문지식을 갖추기 위해 계명대 대학원 관광경영학과 석사과정도 마쳤다.

그는 “하루에도 몇 번씩 똑같은 해설을 하면서 내 자신이 ‘녹음기’ 같다는 생각이 들어 깊이와 폭을 갖춘 해설을 해야겠다고 결심하고 2004년부터 2년간 대학원에서 우리 문화와 역사에 대해 공부를 했다”고 말했다.

주중에는 대학에서 강의, 통역, 번역 등의 일을 하는 그는 주말에는 팔공산 동화사와 녹동서원 등에서 문화관광해설사 일을 한다.

“문화관광해설사로 처음 나선 날 일본인 단체 관광객에게 녹동서원에 대해 설명해야 하는데 외운 게 하나도 머리에 떠오르질 않았어요. 더듬거리며 얼굴이 붉어졌던 순간을 되돌아보면 절로 웃음이 나옵니다.”

그는 “불교와 유교권 문화재는 물론 고분 등 다양한 볼거리가 있는 대구는 정말 매력적인 도시”라고 자랑했다.

그는 “동화사 일대에 자리 잡고 있는 문화유적을 비교 설명하면서 관광객의 눈높이에 맞는 독특한 해설방식도 익혔다”며 “관광객들이 흥미를 보이지 않으면 재미있는 농담을 곁들이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관광객들과 함께 유적지를 오가며 체력을 다진다면서 심신의 건강을 유지하는 데도 좋다고 덧붙였다.

아직 미혼인 그는 “연령별로 다양한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만나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어 ‘인생 공부’에도 더없이 좋은 것 같다”며 “문화관광해설사를 하면서 맺은 소중한 인연을 가꿔 가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79명인 대구시 소속 문화관광해설사들은 틈틈이 시간을 내 지역 문화명소 17곳에서 관광객들의 궁금증을 풀어 주는 등 자원봉사 활동을 하고 있다.

김 씨는 “문화관광해설사는 자원봉사의 성격이 강해 생계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못하지만 자부심을 가질 만하다”면서 “내년부터 지역을 찾는 영어권 관광객을 만나기 위해 최근 영어회화 공부를 시작했다”며 환하게 웃었다.

정용균 기자 cavat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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