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서울 송파경찰서에 따르면 19일 오후 3시께 전직 유치원 미술교사 고모(34 여)씨 아버지(66)의 휴대전화로 딸의 납치 사실을 알리는 협박 전화가 걸려왔다.
협박 전화를 건 남성은 아버지에게 먼저 고씨의 울음소리를 들려주고 나서 "현금 1억 원을 송금하지 않으면 딸을 가만두지 않겠다"고 협박한 뒤 다음날 0시40분께 까지 모두 10차례에 걸쳐 고씨 아버지와 오빠(37)의 휴대전화로 번갈아 몸값을 요구했다.
범인은 고씨의 휴대전화기를 이용해 협박전화를 걸었으며 통화가 끝나면 곧바로 전화기 전원을 끄고 `잠복'을 하면서 추적을 피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그러나 고씨가 사채를 많이 빌려다 썼다는 주변 진술이 나오면서 경찰은 진짜 납치가 아닌 자작극 가능성에도 조금씩 무게를 두기 시작했다.
게다가 이날 오전 0시40분께 고씨 오빠의 휴대전화로 "10만원이라도 보내달라"는 내용의 구걸하는 듯한 문자메시지가 도착하자 경찰은 심증을 굳히고 발신지인 강원도 평창 일대를 수색해 오전 9시10분께 평창의 한 모텔 방에서 이들을 발견, 가짜 납치극이었다는 자백을 받아냈다.
조사결과 협박 전화의 장본인인 송모(34)씨는 2005년 5월 인터넷 모임을 통해 고씨를 만나 사귀어온 애인 사이로 고씨가 빚 문제로 오빠와 다투고 괴로워하자 이 같은 범행을 제안한 것으로 드러났다.
고씨는 생활비와 유흥비 등으로 700만 원의 신용카드 빚을 지자 이를 막으려고 올해 초 사채업소 12곳으로부터 모두 5000여만 원을 빌린 것으로 조사됐다.
고씨는 경찰에서 "부모님께 빚을 갚아달라는 말씀을 차마 드릴 수 없었다. 채무가 너무 많아서 저지르게 된 일인데 우스갯소리에서 시작된 것이 이렇게 커질 줄은 몰랐다"며 울먹였다.
경찰은 송씨에 대해 공갈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키로 했다.
김동원기자 daviskim@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