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집게 학원 강사 알고보니 '가짜 명문대'

  • 입력 2007년 3월 20일 19시 07분


"명문대 나왔다는 입시학원 강사에 현혹되지 마세요."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명문대 졸업증명서를 위조해 학력을 속여 온 일부 대형입시학원 원장과 강사들이 무더기로 경찰에 적발됐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20일 서울대 졸업증명서를 위조해 교육청에 제출하고 입시학원을 차려 운영해 온 혐의(사문서 위조 등)로 이모(40)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손모(35) 씨 등 학원 강사 23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학원생만 400여 명이나 되는 S학원을 운영하는 이 씨는 서울 소재 사립대학 일문과 4학년을 중퇴했으나, 1999년 서울 시내 대입학원에서 서울대 출신이라고 속이고 취업해 국어과목을 강의해 왔다.

이 씨는 2002년 2월 새로 취업한 학원에서 졸업증명서를 요구하자 심부름센터를 통해 350만 원을 주고 서울대 사회과학대학 졸업증명서 3장을 위조해 학원에 냈다.

학원강사를 하며 모은 돈으로 이 씨는 지난해 초 다시 졸업증명서를 위조해 자신의 학원설립 등록에 사용했다. 경찰에 적발되기 전까지 이 씨는 월 매출 8000만 원에 11개월 동안 6억2000만원 상당의 수익을 올리는 잘나가는 입시학원 원장이었다.

학력 위조 사실이 적발된 학원 강사들 중에는 20년 이상 서울 시내 학원 곳곳에서 강의를 해온 경우도 있었다.

고교 졸업 학력이 전부인 강남구 대치동 J학원 강사 B(60) 씨는 1984년 타이프라이터를 이용해 위조한 고려대 생물학과 졸업증명서를 이용해 20여 년간 서울시내 4개 학원에서 2¤8년씩 생물 강의를 해 왔다.

모 전문대 2학년 제적생인 용산 모 학원 이태원지점 과학 강사 손 씨는 모 입시학원에서 과학 과목을 3개월간 수강한 뒤 2003년 11월 학원에 과학 강사로 취업했다. 손 씨는 처남의 졸업증명서를 본떠 가짜 연세대 화학과 졸업증명서를 만든 뒤 이를 학원에 제출했다.

경찰 관계자는 "서울에 등록된 학원만 1만3000여 개인데 학원을 감독하는 공무원은 11개 교육청에 2,3명씩뿐이어서 적발이 어려웠다"며 "최근에는 인터넷과 컴퓨터가 발달해 정교한 위조 졸업증명서를 쉽게 만들 수 있어 육안으로는 쉽게 식별이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동욱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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