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후 3시경 전직 유치원 교사 고모(34·여) 씨의 아버지(66)는 낯선 남자의 협박 전화를 받았다. “아버지 납치됐어요. 꽁꽁 묶여서 앞이 안 보여요”라고 울부짖는 딸의 목소리를 들려 준 납치범은 “현금 1억 원을 보내지 않으면 딸을 가만두지 않겠다”고 협박했다.
고 씨의 아버지와 오빠(37)의 휴대전화로 10여 차례 협박을 한 범인은 20일 0시가 다가올 무렵에는 “10만 원이라도 보내 달라”는 다소 힘 빠진 협박을 했다.
범인의 전화 발신지인 강원 평창군 일대를 수색하던 경찰은 결국 이날 오전 9시경 평창의 한 모텔 방에서 ‘가짜 협박범’ 송모(34) 씨와 고 씨를 발견했다. 송 씨는 협박 전화 뒤 전화를 끊고 잠복하는 수법으로 추적을 피해 왔다.
고 씨는 5000여만 원의 빚을 갚기 위해 송 씨의 제안을 받고 이 같은 자작극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송 씨에 대해 공갈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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