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강의 경력의 대치동 학원가 ‘그분’ 알고보니 고졸!

  • 입력 2007년 3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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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대 나왔다는 입시학원 강사에 현혹되지 마세요.”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명문대 졸업증명서를 위조해 학력을 속여 온 일부 대형 입시학원 원장과 강사들이 무더기로 경찰에 적발됐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20일 서울대 졸업증명서를 위조해 교육청에 제출하고 입시학원을 차려 운영해 온 혐의(사문서 위조 등)로 이모(40)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손모(35) 씨 등 학원 강사 23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학원생이 400여 명에 이르는 S학원을 운영하는 이 씨는 서울 소재 사립대 일문과 4학년을 중퇴했으나 서울대 출신이라고 속이고 1999년 서울 시내 대입학원에 취업해 국어과목을 강의해 왔다.

이 씨는 2002년 2월 새로 취업한 학원에서 졸업증명서를 요구하자 심부름센터를 통해 350만 원을 주고 서울대 사회과학대 졸업증명서 3장을 위조해 학원에 냈다.

학원 강사를 하며 모은 돈으로 이 씨는 지난해 초 다시 졸업증명서를 위조해 자신의 학원설립 등록에 사용했다. 경찰에 적발되기 전까지 이 씨는 11개월 동안 6억2000만 원의 수익을 올리는 잘 나가는 입시학원장이었다.

경북에서 이비인후과를 운영하는 전문의 A(34) 씨는 병원 문을 열기 전 학원 강사로 아르바이트를 하기 위해 졸업증명서를 변조했다가 경찰에 적발됐다.

서울 명문 사립대 의학과를 졸업한 그는 의학과 졸업증명서로는 강의를 할 수 없자 고려대 영문과를 졸업한 것처럼 증명서를 변조해 서울 노원구의 한 보습학원에 내고 5개월간 강의를 했다.

학력 위조 사실이 적발된 학원 강사들 중에는 20년 이상 강의를 해 온 경우도 있었다.

고교 졸업 학력이 전부인 서울 강남구 대치동 J학원 강사 B(60) 씨는 1984년 타이프라이터를 이용해 위조한 고려대 생물학과 졸업증명서를 이용해 20여 년간 서울 시내 4개 학원에서 2∼8년씩 생물 강의를 해 왔다.

지방 국립대 의대 본과 1학년 중퇴자인 C(76) 씨는 고려대 수학과 졸업생을 사칭해 1980년부터 서울 시내 여러 입시학원에서 24년간 수학 과목을 가르쳐 온 것으로 드러났다.

전문대 2학년 제적생인 서울 용산 모 학원 이태원지점 과학 강사 손 씨는 모 입시학원에서 과학 과목을 3개월간 수강한 뒤 2003년 11월 학원에 과학 강사로 취업했다. 손 씨는 인척의 졸업증명서를 본떠 연세대 화학과 졸업증명서를 만든 뒤 이를 학원에 제출했다.

경찰 관계자는 “서울에 등록된 학원만 1만3000여 개인데 학원을 감독하는 공무원은 11개 지역교육청에 각각 2, 3명뿐이어서 적발이 어려웠다”며 “인터넷과 컴퓨터의 발달로 정교한 위조 졸업증명서를 쉽게 만들 수 있어 눈으로는 진위를 식별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이번 수사는 교육청에 채용통보가 된 학원 강사 가운데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출신 4000여 명만을 대상으로 했다”며 “다른 학교 졸업생을 사칭했거나 교육청에 채용통보가 되지 않은 강사까지 조사하면 ‘자격미달’ 강사는 훨씬 많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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