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글 쓰는 캠퍼스’ 대구대의 신선한 실험

  • 입력 2007년 3월 21일 06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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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치료사가 되고 싶다는 절실함을 안고 올라왔던 곳, 대구대. 이곳에서 나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배울 수 있었다. 그것은 사람을 사랑하는 진실된 마음이다. 사람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방법을 우리 아이들이 나에게 가르쳐 주고 있었다. 오늘도 이곳 대명동 캠퍼스에는 사람의 향기가 난다.’

대구대 언어치료학과 4학년 최현정(24·여) 씨가 쓴 ‘사람의 향기가 난다’라는 글의 일부다.

최 씨는 최근 대구대가 처음으로 개최한 ‘대구대 이야기 공모전’에서 이 글로 대상을 받았다.

이 공모전은 대학 측이 학생들의 글쓰기 능력을 길러 주기 위해 캠퍼스 생활을 하면서 느낀 점을 글로 표현해 보도록 하기 위해 마련한 것이다.

울산 출신인 최 씨는 2년 늦게 대학에 입학한 탓에 그저 전공 공부만 열심히 해서 언어치료사가 되고 싶은 마음으로 대학 생활을 해 왔다.

그는 “대학에 와서 특수학교에 다니는 장애학생을 많이 보게 돼 처음에는 두렵기까지 했다”며 “편견을 갖고 장애학생을 바라보던 마음이 이젠 그들을 껴안을 수 있을 정도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그는 “상금 50만 원으로 삶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깨닫게 해 준 장애학생들에게 초콜릿이라도 사 주고 싶다”고 밝혔다.

대구대가 이 공모전을 열기까지는 나름대로 적잖은 고민이 있었다. 글쓰기가 대학생뿐 아니라 직장생활에서도 중요하지만 정작 학생들이 꺼리는 분위기가 많았기 때문이다.

교양과정부 교수들을 중심으로 아이디어를 짜낸 끝에 학생들이 생활 주변에서 평소 느끼고 생각하는 내용을 정리하는 형식이 좋겠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이렇게 해서 ‘글쓰기 대회’ 같은 거창한 이름 대신 ‘이야기 공모전’을 열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쌓인 글은 총 107편. 교수들은 ‘혹시 응모작이 서너 편밖에 없으면 어쩌나’ 하고 마음을 졸였지만 심사에 애를 먹을 정도로 학생들의 반응이 좋았다.

대학 측은 응모작 가운데 10편을 뽑아 15일 시상식을 열었다. 공모전에 참여한 학생들은 모두 글의 소재를 캠퍼스 안에서 찾아 ‘취업처가 선물한 배려’, ‘국제교류처의 재발견’ ‘잊을 수 없는 강의’ ‘우리는 복학생’ 같은 제목으로 글을 썼다.

대구대는 이 공모전을 학기별로 계속 열어 학생들이 생활 속에서 글을 가까이하는 분위기가 조성되도록 할 계획이다.

공모전을 기획한 대구대 교양과정부장 김인숙(55·여) 교수는 “지식정보화 사회에서 일할 대학생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말하기와 듣기, 글쓰기 같은 의사소통 능력인데 이 중 글쓰기를 학생들이 가장 싫어하고 어려워한다”며 “이번 공모전이 학생들에게 글쓰기에 대한 편견과 두려움을 줄이고 애교심까지 심어 준 것 같아 다행스럽다”고 밝혔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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