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전여전 '목도리녀'…아버지도 장애할머니 손발 자처

  • 입력 2007년 3월 21일 17시 01분


노숙하는 할아버지에게 자신의 목도리를 벗어주는 모습이 공개돼 '서울역 목도리녀'라는 별명을 얻은 김지은(24·여·홍익대 4학년) 씨의 아버지도 장애 할머니를 돕는 등 17년 동안 선행을 해온 것으로 알려져 '부전여전(父傳女傳)'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김 씨의 아버지는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협력업체인 태승산업의 김민태(56·울산 남구 삼산동) 대표.

경남 김해에서 태어난 김 대표는 1975년 현대자동차에 입사해 20여 년 간 울산공장에서 근무하다 2003년 퇴직해 지금은 직원 50여 명을 둔 인력 공급업체인 이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김 대표는 1985년부터 울산 동구 방어동 꽃바위 마을에서 홀로 사는 장애 할머니(80)를 친어머니처럼 모시고 있다. 이 할머니는 2년여 전 당뇨로 왼쪽 다리를 절단한 데다 오른쪽 다리도 제대로 쓰지 못해 남의 도움이 없으면 거동이 힘든 상태다. 김 대표는 시간이 날 때마다 이 할머니의 손발이 되어주고 있다.

사회봉사단체인 한울산로터리클럽 회원이면서 양로원 두 곳에 매월 기탁금을 내기도 하는 김 대표는 2005년 부산디지털대학교에서 사회복지학을 공부해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땄다.

김 대표는 "지은이는 학교 다닐 때 가정 형편이 어려운 친구 집에 용돈으로 라면을 몇 박스 사다주고 오기도 했다"며 "떨어져 살면서도 착한 마음씨가 변하지 않아 고마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2년여 뒤 회사를 그만둔 뒤에는 본격적으로 불쌍한 노인들을 돕기 위해 양로원을 지을 계획"이라는 김 대표는 "양로원을 지으면 남을 도와주기를 좋아하는 지은이도 틈틈이 도와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지인으로부터 울산 북구에 양로원 부지(5000평)를 빌렸지만 그린벨트 지역이어서 건축에 어려움이 있다고 덧붙였다.

울산공단문학회 회장까지 맡았던 김 대표는 2005년 자연과 대화하는 형식의 '김민태와 함께하는 시심(詩心) 산행'이라는 시집을 내기도 했다.

울산=정재락기자 ra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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