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0전화사기 일당 검거…150만명에 184억 부당이익

  • 입력 2007년 3월 21일 17시 49분


지난해 10월 실직자 김모(39) 씨는 휴대전화로 대출상담을 받은 뒤 돈 한 푼도 빌리지 못한 채 마음에 시름만 얻었다.

김 씨는 휴대전화로 "대출상담, 대출신청을 하려면 0609-00-XXXX번을 눌러서 무료로 할 수 있으며 안내 멘트가 나오면 시간이 많이 소요되니 단축버튼 0번 또는 1번을 누르라"는 안내 전화를 받았다.

3개월 전 실직한 뒤 신용불량자가 된 김 씨는 급한 마음에 불러준 번호대로 전화를 걸었다. 그는 '060'으로 시작하는 번호가 유료인 것을 알았지만 안내해 준 번호는 '0609'로 시작하기 때문에 요금이 부과되지 않는 것으로 생각했다.

전화를 받은 대출 안내원은 처음에는 쉽게 돈을 빌려줄 듯 이야기를 하다가 한 시간 정도 실랑이를 벌인 뒤에는 "조건이 맞지 않는다"며 "돈을 빌려주기 어렵다"고 버텼다.

김 씨는 한 달 뒤 정보이용료만 30만 원이 찍힌 고지서를 받고 낙담했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대출 상담 및 부업 소개를 사칭해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전화 정보이용료 명목으로 10개월 동안 약 184억 원을 뜯어온 일당을 검거했다고 21일 밝혔다.

전화를 받거나 생활정보지를 통해 광고를 보고 전화를 건 뒤 영문 모른 채 돈을 뜯긴 사람은 150만 명.

경찰은 상습사기, 신용정보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대출알선업체 M사 대표 이모(38) 씨 등 4명을 구속하고 J사 이사 안모(40) 씨 등 21명을 불구속 입건했으며 공범 3명을 수배했다.

조사결과 이들은 '060'으로 시작하는 번호가 유료인 점이 잘 알려져 있어 상담용 전화번호를 '0609-000-XXX'로 국번 자릿수가 네 자리인 것처럼 속였으며 통화 초기 '정보 이용료가 부과된다'는 안내 메시지를 못 듣게 하려고 0번이나 1번을 누르라'고 안내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이들은 대출 알선업체를 통해 신용불량자의 개인정보를 건당 5000원을 받고 입수해 대출 상담자를 물색하기도 했다.

신용불량자, 생활보호대상자, 장애인 등이 포함된 피해자들은 요금이 다음달 휴대전화 요금 고지서로 나온 뒤에야 사기 당한 사실을 알았기 때문에 피해 직후 바로 신고도 하지 못했다.

최우열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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