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이슈점검/혈세낭비 ‘민자터널’ 통행료 인상 논란

  • 입력 2007년 3월 22일 07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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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안산에 직장이 있는 김철규(43·인천 연수구) 씨는 매일 문학터널을 통해 제2경인고속도로를 이용한다.

그는 “경인고속도로 이용료가 800원인데 터널 길이가 1km도 안 되는 문학터널 이용료로 700원의 통행료를 내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번잡한 남동공단으로 돌아가자니 기름값이 더 들 것 같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문학터널을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매년 100억 원이 넘는 적자 보전금을 시민 세금에서 지원하는 민자 터널의 통행료가 다시 인상을 앞두고 있어 시민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인천 서구 석남동과 부평구 산곡동을 잇는 천마터널의 소형차 통행료가 다음 달부터 100원 오른다.

인천시는 물가 상승에 맞춰 통행료를 올리기로 한 협약에 따라 터널의 운영사인 천마개발㈜에 현재 700원인 천마터널의 소형차 통행료를 다음 달 1일부터는 800원(14.3%)으로 올려 받도록 허가했다고 21일 밝혔다.

통행료 감면 혜택이 있는 장애인이나 국가유공자의 차량, 경차도 현재의 350원에서 400원으로 50원 오른다. 대형차의 통행료는 1000원 그대로 유지된다.

문학터널과 만월산터널 등 나머지 2개 민자 터널도 내년 4월경 통행료를 올릴 예정이다.

문제는 시가 문학, 천마, 만월산 터널 등 3개 민자 터널의 적자운영에 따라 보조해 주는 예산이 해마다 크게 늘고 있다는 것.

시는 지난해 이들 3개 민자 터널에 지원해 준 적자 보전금이 문학 58억3000만 원, 천마 49억1300만 원, 만월산 28억7700만 원 등 총 136억2000만 원이라고 밝혔다.

문학터널의 경우 2003년 35억6800만 원에서 2004년 47억4100만 원, 2005년 53억8400만 원으로 한 해에 수억 원씩 늘고 있다. 2004년 개통한 천마터널은 2005년 23억1400만 원에서 지난해 49억1300만 원으로 배 이상 늘었다.

시가 실제 통행량 예측을 과다하게 잡는 바람에 적자보전에 세금을 물 쓰듯 하고 있는 것.

시는 2002년 문학터널 개통 뒤 운행 수요 예측을 잘못해 적자 보전금이 많아지자 당시 공사 중이던 천마, 만월산 터널은 수요 예측을 제대로 하겠다고 밝혔지만 문학터널보다도 더 수요 예측을 잘못한 꼴이 됐다.

이들 3개 터널은 민간업체들이 맡아 운영하는 기간이 20(문학)∼30년(천마, 만월산)이어서 앞으로도 수백억 원씩의 적자 보전금을 지원해야 할 형편이다.

주부 이은정(35·인천 부평구) 씨는 “시댁이 서구에 있어 천마터널을 자주 이용하는데 통행료가 너무 비싸다는 생각이 든다”며 “다음 달부터 통행료가 또 오른다니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평화와 참여로 가는 인천연대 박길상 협동사무처장은 “민자 터널 운영 적자를 시가 메워 주는 것은 공사 계약 때 터널 통행량이 목표에 미달할 경우 목표 대수의 90%에 해당하는 만큼의 적자를 보전해 준다는 비상식적인 규정 때문”이라며 “민자 터널이 끝없이 세금을 먹는 ‘애물단지’로 전락한 만큼 시는 민간사업자와의 계약을 파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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