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항에서 비금도로 가는 배편을 기다리던 60, 70대 노인 4명이 홍업 씨의 공천을 화제로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너무한 것 아니여. 사람이 염치가 있어야제.”
“(민주당이) 민심을 몰라도 한참 모르는 것 같어.”
“인자 ‘목포의 눈물’ 좀 그만 불렀으면 쓰것당께.”
노인들은 “다들 드러내놓고 얘기를 하지 못하지만 이번 공천이 잘못됐다고 여기고 있다”며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비금도에서 시금치를 재배하는 박모(67) 씨는 “김홍일 씨가 권노갑 전 의원의 지역구를 물려받아 3선을 누렸으면 됐지 동생이 또 한화갑 전 대표의 지역구에 출마하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고 말했다.
홍업 씨가 이권 청탁 등의 혐의로 2003년 5월 징역 2년에 벌금 4억 원의 확정 판결을 받고 2005년 사면 복권된 것에 대해서도 여론은 부정적이다.
신안군 압해도에서 수산업을 하는 양태승(40) 씨는 “DJ 선생은 존경하지만 이번 보궐선거는 지역의 참 일꾼을 뽑는 것”이라며 “지역 물정도 모르는 사람을 공천해 놓고 ‘알아서 찍어라’는 식으로 나오는 민주당의 행태에 분노를 느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물론 홍업 씨에 대한 동정의 목소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신안군 장산면에서 슈퍼마켓을 하는 정모(68·여) 씨는 “마땅한 인물이 없지 않으냐”며 “한 번은 믿어보고 일을 제대로 못하면 그때 안 찍으면 될 것”이라고 했다.
DJ의 고향인 신안군 하의도 주민 김모(45) 씨는 “홍업 씨가 처음부터 공천을 신청한 것도 아니고 당이 나름대로 심사숙고해 뽑아 준 것”이라며 “지금 출마 예정자 가운데 신안 사람은 홍업 씨뿐이어서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무안의 민심은 더 싸늘하다.
무안군 망운면에서 농사를 짓는 송용도(42) 씨는 “지역민이 가장 못마땅하게 여기는 것은 민주당이 무소속으로 나서겠다는 홍업 씨를 주민 여론 수렴이나 검증 절차도 없이 전략 공천했기 때문”이라며 “노년층은 잘 모르겠지만 청장년층에서는 ‘아니다’란 여론이 많다”고 전했다.
DJ에 대한 원망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동안 아낌없는 성원을 보냈던 지역민을 생각했다면 DJ가 아들의 출마를 끝까지 막았어야 했다는 것이다.
김명진 목포경실련 무안군민회장은 “지역민의 의사나 정서는 무시한 채 구태정치를 답습하고 있다”며 “홍업 씨에 대한 공천은 호남인의 자존심을 짓밟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무안·신안=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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