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열 블루칼라]실업高, 로열 블루칼라의 산실

  • 입력 2007년 3월 24일 03시 01분


선린인터넷고 학생들이 전산실에서 ‘존경하는 최고경영자(CEO)’를 주제로 자신들이 직접 작성한 파워포인트를 열어 놓고 이노디자인의 CEO 김영세 씨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나성엽  기자
선린인터넷고 학생들이 전산실에서 ‘존경하는 최고경영자(CEO)’를 주제로 자신들이 직접 작성한 파워포인트를 열어 놓고 이노디자인의 CEO 김영세 씨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나성엽 기자
‘제2의 특목고.’

최근 상위권 실업계 고교를 일컫는 말이다.

천광호 선린인터넷고 교장은 “실업계 고교가 단순 기술을 가르치던 시대는 지났다”며 “고등학교에서 습득한 전문지식을 대학에서 심화시키고, 고교 동창 선후배의 인적 네트워크를 평생 유지시켜 줘 전문기술과 지식을 가진 전문가, 즉 화이트도 블루도 아닌 ‘로열 블루칼라’를 만드는 게 교육의 목표”라고 소개했다.

실제로 선린인터넷고의 대학 진학률을 보면 작년 졸업생 정원 287명 중 277명이 대학의 관련학과로 진학했으며 학교별로는 고려대 5명, 연세대 10명, 성균관대 23명, 한양대 20명, 중앙대 16명 등이었다.

학생들이 대학에 진학하는 목적도 일반 고교와는 사뭇 다르다.

테크노경영과 3학년 안수정(19) 양은 “대학 가서 자유시간이 많아지면 고등학교에서 배운 지식을 활용해 창업을 할 계획”이라며 “이미 작성해 놓은 동영상 손수제작물(UCC) 관련 사업계획서가 몇 개 있다”고 말했다.

졸업생 중에는 “대학 교육이 고교 때보다 수준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자퇴하고 일찌감치 직업전선에 뛰어는 사례도 적지 않다는 게 학생들의 설명.

테크노경영과 3학년 김연균(19) 군은 “대학에 진학했다가 ‘4년 동안 허송세월할 것 같다’는 이유로 자퇴한 선배가 있었는데 자퇴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여기저기서 스카우트 제의가 밀려들었다”고 전했다.

서울공고 역시 전자, 전기, 건축과 등 세 학과는 경쟁률이 2 대 1에 이를 정도로 인기가 높다.

이 학교 전기과 3학년 김성민(18) 군은 화이트칼라 맞벌이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실업계를 택했다. 건강보험공단에 근무하는 아버지, 유치원 원장인 어머니는 중학교 때 전교 20등 내 성적을 유지하는 아들이 당연히 인문계 고교에 진학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김 군은 “전기 분야의 최고 전문가가 되고 싶다”며 실업계를 택한 것. 김 군은 현재 대학의 전기전자과나 전기공학과로 진학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환경공학과 3학년 전상철(18) 군은 “요즘 실업계에서는 대학 진학에 필요한 공부도 병행하기 때문에 졸업생들은 대학 진학을 할까, 돈을 벌까 고민한다”며 “대학 진학에 실패하면 절망하는 인문계 고교 졸업생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나성엽 기자 cpu@donga.com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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