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로열 블루칼라’로 불리는 직종을 일찌감치 택한 ‘선구안’을 가진 사람들이다.
그러나 이들이 한목소리로 말하는 로열블루의 가장 좋은 점은
임금도 근로조건도 아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 어릴 때 꿈이 직업으로
대한항공 항공정비사 이성욱 과장.
한국항공대를 졸업한 뒤 2000년 1월 대한항공에 입사했다. 현재 정비본부 정비기술부에서 기술지원을 담당하는 그의 주 업무는 항공기 안전운행을 위한 기체결함 점검, 주기적인 엔진부품 및 소모품 교환, 정비 완료 후 지상 테스트 등이다. 최신 항공 정비기술을 습득하기 위해 지난해에는 1년 동안 미국 항공기 엔진 제작사에서 파견근무를 하기도 했다.
이 과장은 어릴 때부터 하늘에 비행기가 날아가면 시야에서 비행기가 사라질 때까지 길가에 멍하니 서 있곤 했다. 지금도 그렇다.
용돈으로 오로지 비행기 조립모형만 사서 만드는 통에 부모에게 혼나기도 여러 차례. 그런 그에게 ‘명문대’ ‘출세’ 같은 얘기는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제가 정비한 보잉747기의 엔진소리를 들으면 전율이 느껴져요. 그게 진짜 기쁨이죠.” 현재 그는 항공정비 관련 각종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어 회사에서 ‘자격증 수당’을 받는다. 사무직과 임금체계는 똑같지만 이 때문에 그의 임금은 입사동기 사무직보다 20%가량 많다.
“정비에 완벽을 기하기 위해 쉬지 않고 공부를 해야 하고, 높은 노동 강도 때문에 운동선수처럼 체력단련도 병행해야 합니다. 절대로 편한 직업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항공기가 이륙하는 모습을 볼 때면 피곤을 잊어요.”
○ 요리하고 싶어 대학도 때려치워
CJ푸드빌 외식본부 R&D(연구개발)팀 고대식 팀장.
그는 ‘빕스(VIPS)’ ‘씨푸드오션’ ‘소반’ ‘한쿡’ 등 CJ푸드빌이 운영하는 외식 브랜드의 메뉴개발을 책임지고 있다.
고 팀장은 인하대 전기공학과에 진학했었지만 “요리가 하고 싶어서” 2학년 때 중퇴를 하고 경주실업전문대에 입학해 조리사의 길을 걸었다.
2학년 때인 1985년 하얏트호텔 양식당 ‘파리스그릴’에 입사해 18년간 근무했다.
하지만 엄격한 호텔 레스토랑의 특성상 정해진 메뉴 외에 창의적으로 새로운 메뉴를 만드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2002년 CJ푸드빌에서 “호텔 수준의 새로운 메뉴 개발을 맡아 달라”고 영입 제의가 왔을 때 그는 “역량을 마음껏 발휘해 보고 싶어서” 자리를 옮겼다. 현재 그의 급여는 같은 직급의 일반직에 비해 20% 이상 많다.
호텔 식당가에서만 사용하는 처트니(토마토 사과 양파 등을 다져 만든 소스의 일종), 100% 냉장육 등을 외식업계에 처음 적용해 보고, 양식뿐 아니라 한식 중식 해물요리 등으로도 영역을 넓히는 요즘 그는 “신이 나서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모를 정도”라고 했다.
“제가 만약 그때 자퇴를 하지 않았으면 지금쯤 아마 즐겁지 않은 일을 억지로 하면서,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에 가끔 소주잔을 기울이고 있지 않을까요?”
○ 3D블루에도 로열블루가 있다
삼성몰 이사서비스팀 해외이사담당자 김정철 씨.
경남대를 졸업한 뒤 1992년 이사업체 모던리빙에 입사했다가 2001년 삼성몰로 옮겼다. 타워팰리스 입주, 삼성해외주재원 이사 등이 그가 주로 처리해 온 업무들. 연봉은 현재 5000만 원을 넘는다.
단순 육체노동으로 인식되는 이사 서비스는 어떤 직업보다 섬세함이 필요하다. 포장, 운송, 집수리, 클리닝 등의 서비스 과정에서 사소한 실수라도 발생하면 소비자들은 당장 얼굴을 붉힌다.
해외이사 담당이라는 특성상 통관 때문에 소비자들의 입주 일정에 차질이 생길까봐 평소 각 국가의 제도나 종교 문화에 대한 공부도 게을리 할 수 없다. 최근의 도전은 이란으로 이민을 가는 집의 짐에서 여성의 피부가 노출된 장면이 담긴 여성 잡지, 무기로 오해받을 수 있는 모형 장난감 등을 모두 솎아내 까다롭기로 소문난 이슬람 국가의 통관절차를 무사통과한 것이다.
김 씨는 “로열블루 직종으로 각광받는 직종이 따로 있기도 하겠지만, 전통적인 블루도 노력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로열 빛을 띨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나성엽 기자 cpu@donga.com
▼대학생-구직자 81·4% “대기업 생산직에 취업 의사”▼
대학생과 구직자 10명 중 8명은 대기업 생산직에 취업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취업정보업체 사람인(www.saramin.co.kr)이 최근 구직자와 대학생 139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기업 생산직 취업 의사’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81.4%인 1137명이 “취업할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취업하고 싶은 이유는 ‘높은 연봉 때문에’가 38.7%로 가장 많았으며 그 다음으로는 ‘안정된 고용’(22.7%) ‘좋은 복리후생’(19.5%) ‘명확한 근무시간’(8%) ‘사무직에 비해 스트레스가 낮을 것 같아서’(7.4%) ‘취업이 쉬울 것 같아서’(3.7%) 등의 순이었다.
나성엽 기자 cp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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