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모의논술 채점결과 공개

  • 입력 2007년 3월 27일 02시 56분


《연세대는 2월 23일부터 4일간 인터넷을 통해 실시한 논술 모의고사 채점결과를 최근 공개했다. 인문계 6235명, 자연계 4723명 등 1만958명이 시험을 치렀다. 응시자들의 평균 점수는 인문사회계열이 100점 만점에 70.35점, 자연계열은 62.75점이었다. 연세대가 공개한 우수 답안의 특징과 답안 작성 시 유의사항을 정리했다. 연세대 모의논술 문제 및 우수답안은 동아닷컴(www.dongA.com)에서 볼 수 있다.》

채점 관계자들은 “논술학원에서 미리 외워서 준비한 답안을 쓰거나, 제시문 문장을 그대로 옮겨 적은 답안은 좋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문제의 요구를 충실히 따르면서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이고 분명하게 드러내거나, 자연계열의 경우 글 외에 그림과 수식을 적절히 섞어 개념을 잘 설명한 답안이 우수 답안으로 뽑혔다.

○이것이 우수 답안

인문계열 논술에서는 자기주장이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양시양비론을 펼치거나 진부한 인용 문구를 사용한 답안은 점수가 좋지 못했다.

연세대 2008학년도 논술 모의고사 결과

<문항1>은 제시문에 나타난 인간관계에서 모두 약속이 강조되지만 그 약속의 바탕이 각각 ‘관습적 신뢰’와 ‘명시적 계약’으로 구분된다고 정리한 답안과 제시문의 문장을 그대로 사용하지 않고 자신의 언어를 사용해서 정리한 답안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문항3>은 수험생들이 특히 어려워했는데 표의 수리적 변화에 대한 분석을 충실히 한 답안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1990년대 이후 한국사회에서 법률상담 건수와 변호사가 늘어나는 것을 수리적 논리에 근거해 찾아내고, 이에 대한 설명을 제시한 답안이 우수 답안으로 꼽혔다.

예를 들어 서구사회에 비해 한국사회의 변호사 수가 적은 것을 ‘개인의 영역이 상대적으로 미성숙’하기 때문으로 서술한 답안은 ‘뛰어난 해석’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자연계열 논술은 피상적인 설명보다는 수식, 그림 등을 동원해 구체적이면서도 깊이 있게 설명한 답안이 우수 답안으로 뽑혔다.

<문항1>의 경우 알고리즘의 우수성은 컴퓨터 처리속도로 판단할 수 있다는 점을 제시하고, 처리속도는 추가적으로 필요한 비교횟수의 중요성을 강조한 답안이 좋은 점수를 받았다.

<문항3-1>은 물의 미시적인 특성과 거시적인 생물학 현상 사이의 연관성을 구체적이면서도 논리적으로 설명한 답안이, <문항3-4>는 우리나라의 지형적 특성을 언급하면서 실질적인 수자원 확보 방안을 설득력 있게 제시한 답안이 높은 점수를 얻었다.

연세대 2008학년도 논술 모의고사 결과

○이것만은 피하라

연세대는 모의시험 채점 결과 많은 수험생이 공통적으로 실수한 부분을 정리한 ‘답안 작성 시 유의사항’도 공개했다.

인문계열은 문제에서 요구하는 것과는 상관없이 자신이 준비한 답을 그대로 전개한 답안이 감점 1순위로 꼽혔다.

서론을 너무 길게 쓸거나 결론에서 본론의 내용을 단순히 반복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연세대는 “서론 부분은 가능한 한 짧게 작성하는 것이 좋고, 논지파악의 문항(문항1)에서는 서론과 결론 부분을 쓰지 않아도 된다”며 “기본적으로 본론 위주의 답안 작성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제시문 문장을 그대로 옮겨 쓰거나, 적합하지 않은 예나 잘못된 인용을 사용하는 것도 감점 대상이다.

또 한 문단이 여러 생각을 담고 있어 핵심을 드러내지 못하는 ‘복잡한 문장 및 문단 구성’도 피하라고 조언했다. 문단의 핵심을 담은 주제 문장을 작성하는 연습과 짧고 분명하게 문장을 작성하는 연습을 많이 해야 한다.

자연계열은 비논리적인 문장이 가장 조심해야 할 부분이다. 과학적 지식을 근거로 합리적으로 설명하지 않고 단순히 사실을 열거하거나, 수학문제를 풀듯이 수식에서 시작해 수식으로 끝나는 답안은 좋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

계열과 상관없이 수험생에게 빈번히 나타나는 실수로는 문장의 주술관계, 조사의 사용, 문단 구분, 올바르지 못한 어휘 사용이 지적됐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 이렇게 준비하세요

연세대가 발표한 채점 결과에 따르면 인문계열의 경우 실질적인 변별력을 제공했던 것은 <문항3>이었다.

<문항3>은 주어진 표를 수리적 개념을 통해 해석하고 이를 현실문제에 적용하라는 문제였는데 많은 응시생이 일면적 해석에 그쳤다고 대학 측은 밝혔다.

이에 비해 논지 파악과 두 제시문에 대한 비교설명을 요구한 <문항1>과 자신의 견해에 대한 논증을 요구한 <문항2>의 경우 제시문이 비교적 쉽게 출제되어서 큰 변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연세대 통합교과형 논술은 제시문에 대한 이해력을 바탕으로 이를 현실문제에 적용하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표를 포함한 제시문에 대한 정밀한 독해와 제시문의 논리를 비교설명하고 비판할 수 있는 실력이 핵심이다.

답안 작성 과정에서는 논제에 충실한 논리전개를 하되 연세대와 같은 다문항형의 논술 답안을 작성할 때는 불필요한 서론은 생략하는 것이 좋다.

자연계열은 논리 구성력을 평가하고자 한 <문항1>에서 첫 번째 논리와 두 번째 논리의 차이점을 파악하는 데 많은 응시생이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응시생 대부분이 기존의 단순 계산위주의 접근을 시도했기 때문이다.

<문항2>에서 나왔던 현실에 대한 수리적 모델링화는 다른 대학에서도 자주 출제되었던 유형으로 <문항1>에 비해 응시생들이 비교적 쉽게 느꼈는데 이는 비슷한 문제유형을 나름대로 접할 기회가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과학적 개념에 대한 이해와 이에 근거한 과학적인 추론 능력을 평가하고자 한 <문항3>의 경우도 비교적 쉬운 문제였다.

연세대의 자연계 논술 핵심은 수리논술이다. 수리논술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계산 위주의 접근을 탈피해서 주어진 상황을 모델링하고 이를 수리적 개념을 통해 논리적으로 재구성해 보는 연습을 해야 한다.

특히 과학논술의 경우 교과서에서 제시문을 발췌하지는 않았지만 이에 준하는 수준의 제시문을 선택했기 때문에 평소에 교과서를 읽을 때 좀 더 꼼꼼히 살피고 생각하며 읽을 필요가 있다. 현실적으로 수험생 대부분이 모든 과학과목을 Ⅱ과정까지 배우지 않기 때문에 배운 범위에서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모든 문항에 대해 적당한 답안을 쓰기보다는 한두 문제라도 정확한 개념을 이용해 수준 있는 답안을 쓰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폭넓게 많이 아는 것도 좋지만 한두 과목을 깊이 파고드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홍영용 학림논술연구소 부소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