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교과서로 논술 잡기]언어영역

  • 입력 2007년 3월 27일 03시 01분


《‘교과서에 나오는 심화학습 문제에 통합교과형 논술 대비책이 숨어 있다.’ 서울대 등 주요 대학과 논술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주장이다. 교과서를 통해 논술의 기초를 충분히 다질 수 있다는 것이다. 고교 교과서의 핵심 내용을 논술 준비 강의로 진행한다. 한 주는 사회와 과학, 한 주는 언어와 수리를 싣는다.》

세속 부귀영화는 덧없어 道만 구할것인가

목민관으로서 백성을 위한 삶은 어떠한가

□ 주제: 삶은 허무한가?

관련교과서단원: 국어上 5단원-‘구운몽(九雲夢)’, 국어下 5단원-‘관동별곡(關東別曲) 다음 글을 읽고 논제에 답하시오.

(가) ‘구운몽(九雲夢)’-김만중

승상이 옥소를 던지고 부인 낭자를 불러 난단(欄端)을 의지하고 손을 들어 두루 가리키며 가로되,

글 싣는 순서(언어)
1언어와 매체 특성
2민족의 운명과 개인의 삶
3세계화와 우리
4부조리한 현실과 대응
5물질적 조건과 삶
6삶은 허무한가?
7사랑과 삶
8빠름과 느림
9가족을 말한다
10과거와 현재, 그리고 우리의 미래
11인간이 풀어야 할 과제, 환경
12희생, 사랑, 순종은
여성의 미덕인가?
13욕망은 더러운 것인가?
14대학과 학문
15지식인의 역할과 사명
16노동은 천한 것인가?
17애국주의의 명암
18가난, 숙명? 자업자득?
19화해와 평화, 그리고 통일
20희미한 옛사랑의 노래, 민주주의
21혼자만 살지 말고 같이 살자
22자연 친화, 도피? 은인자중?
삶의 본연의 모습?
23영원한 소외 지대, 농촌
24예술은 면죄부일 수 있는가?

A <“북(北)으로 바라보니 평(平)한 들과 무너진 언덕에 석양이 쇠한 풀에 비치었는 곳은 진시황의 아방궁(阿房宮)이요, 서(西)로 바라보니 슬픈 바람이 찬 수풀에 불고 저문 구름이 빈 뫼에 덮은 데는 한 무제의 무릉(茂陵)이요, 동(東)으로 바라보니 분칠(粉漆)한 성(城)이 청산(靑山)을 둘렀고 붉은 박공이 반공(半空)에 숨었는데, 명월은 오락가락하되 옥난간을 의지할 사람이 없으니, 이는 현종 황제가 태진비(太眞妃)로 더불어 노시던 화청궁(華淸宮)이라. 이 세 임금은 천고 영웅(英雄)이라. 사해(四海)로 집을 삼고 억조(億兆)로 신첩(臣妾)을 삼아 호화 부귀 백 년을 짧게 여기더니 이제 다 어디 있느뇨?

소유는 본디 하남 땅 베옷 입은 선비라. 성천자(聖天子) 은혜를 입어 벼슬이 장상(將相)에 이르고, 제 낭자 서로 좇아 은정(恩情)이 백 년이 하루 같으니, 만일 전생 숙연(宿緣)으로 모두 인연(因緣)이 진(盡)하면 각각 돌아감은 천지에 떳떳한 일이라. 우리 백 년 후 높은 대 무너지고, 굽은 못이 이미 메워지고, 가무(歌舞)하던 땅이 이미 변하여 거친 뫼와 쇠(衰)한 풀이 되었는데, 초부(樵夫)와 목동(牧童)이 오르내리며 탄식하여 가로되, ‘이것이 양 승상의 제 낭자로 더불어 놀던 곳이라. 승상의 부귀 풍류와 제 낭자의 옥용화태(玉容花態) 이제 어디 갔느뇨’ 하리니 어이 인생이 덧없지 아니리요? >

내 생각하니 천하에 유도(儒道)와 선도(仙道)와 불도(佛道)가 유(類)에 높으니 이 이론 삼교라. 유도는 생전(生前) 사업과 신후유명(身後留名)할 뿐이요, 신선(神仙)은 예부터 구하여 얻은 자가 드무니 진 시황, 한 무제, 현 종제를 볼 것이라. 내 치사(致仕)한 후로부터 밤에 잠 곧 들면 매양 포단(蒲團) 위에서 참선하여 뵈니 이 필연 불가로 더불어 인연이 있는지라. 내 장차 장자방(張子房)의 적송자(赤松子) 좇음을 효칙(效則)하여 집을 버리고 스승을 구하여 남해를 건너 관음(觀音)을 찾고, 오대(五臺)에 올라 문수(文殊)께 예를 하여 불생불멸(不生不滅)할 도를 얻어 진세(塵世) 고락(苦樂)을 뛰어나려 하되 ……”<중략>

좌우를 돌아보니 팔 낭자가 또한 간 곳이 없는지라 정히 경황(驚惶)하여 하더니, 그런 높은 대와 많은 집이 일시에 없어지고 제 몸이 한 작은 암자 중의 한 포단 위에 앉았으되, 향로(香爐)에 불이 이미 사라지고, 지는 달이 창에 이미 비치었더라.

스스로 제 몸을 보니 일백여덟 낱 염주(念珠)가 손목에 걸렸고, 머리를 만지니 갓 깎은 머리털이 가칠가칠하였으니 완연히 소화상의 몸이요, 다시 대승상의 위의(威儀) 아니니, 정신이 황홀하여 오랜 후에 비로소 제 몸이 연화 도량(道場) 성진(性眞) 행자인 줄 알고 생각하니, 처음에 스승에게 수책(受責)하여 풍도로 가고, 인세에 환도하여 양가의 아들 되어 장원 급제 한림학사 하고, 출장입상(出將入相)하여 공명신퇴(功名身退)하고, 양 공주와 육 낭자로 더불어 즐기던 것이 다 하룻밤 꿈이라. 마음에 이 필연(必然) 사부가 나의 염려(念慮)를 그릇함을 알고, 나로 하여금 이 꿈을 꾸어 인간 부귀(富貴)와 남녀 정욕(情欲)이 다 허사(虛事)인 줄 알게 함이로다.

(나) ‘관동별곡(關東別曲)’-정철

진주관(眞珠館) 죽서루(竹西樓) 오십천(五十川) 흐르는 물이, 태백산 그림자를 동해로 담아가니, 차라리 한강의 목멱(木覓)에 대고 싶구나.

B <왕정(王程)이 유한(有限)하고 풍경(風景)이 못내 좋으니, 유회(幽懷)도 많기도 많고, 객수(客愁)도 달랠 길 없구나. 선사(仙사)를 띄워 내어 두우(斗牛)로 향할까, 선인(仙人)을 찾으려 단혈(丹穴)에 머무를까.><중략>

유하주(流霞酒) 가득 부어 달에게 묻는 말이, 영웅은 어디 갔으며, 사선(四仙)은 누구더냐.아무나 만나서 옛 기별 묻자하니, 선산(仙山) 동해에 갈 길이 멀기도 하구나.

송근(松根)을 베고 누워 누어 풋잠이 얼핏 드니, 꿈에 한 사람이 나에게 이르는 말이, “그대를 내 모르랴, 상계(上界)의 진선(眞仙)이라. 황정경(黃庭經) 한 글자를 어찌 그릇 읽고, 인간(人間)에 내려와서 우리를 따르는가. 잠시 가지 말고 이 술 한잔 먹어 보오.”

북두성(北斗星) 기울여 창해수(滄海水) 부어 내여, 저 먹고 나를 먹이거늘 서너 잔 기울이니, 화풍(和風)이 산들 불어 양액(兩腋)을 추켜드니, 구만리(九萬里) 장공(長空)을 웬만하면 날리로다.

C <“이 술 가져다가 사해(四海)에 고루 나누어, 억만창생(億萬蒼生)을 다 취하게 만든 후에, 그때에야 다시 만나 또 한잔 하자꾸나.”>

말 마치자 학을 타고 허공에 올라가니, 공중 옥소(玉簫) 소리 어제던가 그제던가. 나도 잠을 깨어 바다를 굽어보니, 깊이를 모르는데 가인들 어찌 알리. 명월(明月)이 천산만락(千山萬落)에 아니 비친 곳이 없다.

□ 논제 파악을 위한 교과서 학습

1. (가)의 를 통해 작가가 하고자 한 말은 무엇인지 양소유의 삶과 관련지어 말해보자.

2. (나)의 〈B〉와 에 나타나 있는 화자의 갈등과 갈등 해소의 양상을 말해 보자.

3. (가)와 (나)의 ‘꿈’은 각각 인물의 의식에 중요한 작용을 하고 있다. 그 차이점을 생각해 보자.

□ 해설

1. 양소유는 한 시대를 호령하던 천고의 영웅들도 사라져 흔적이 없다는 것을 통해서 온갖 부귀영화를 누렸던 자신의 삶도 허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말하려고 한 것이다. 결국 작가는 양소유의 말을 통해 인간의 삶이 무상하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2. 〈B〉에서 화자는 아름다운 자연의 풍경을 보면서 왕정(관리의 삶)과 신선(풍류의 삶) 사이에서 갈등을 느끼고 있다. 이러한 갈등은 의 꿈속 신선과의 만남에서 “억만창생을 다 취하게 만든 후에”라는 말로 만백성을 위한 관리로서의 삶을 우선시하겠다는 다짐으로 해소되고 있다.

3. (가)의 양소유는 꿈속에서 세속적인 부귀영화의 덧없음을 자각하고 불도에 정진하여 도(道)를 추구하는 삶을 살기로 결심한다. 즉, (가)의 꿈은 삶의 허무함을 자각하고 새로운 삶을 다짐하는 계기가 된다. (나)의 화자는 꿈속에서 신선을 만나 자신의 개인적 가치를 유보하고 백성을 위한 삶을 다짐한다. 즉, (나)의 꿈은 삶의 갈등이 해소되는 계기로서 작용한다.

□ 논제

(가)의 양소유와 (나)의 화자의 삶에 대한 가치관을 각각 밝히고, 그와 관련하여 자신이 추구하는 삶의 가치는 어떤 것인지 논하시오.

□ 논제 해설

1. 출제의도

삶에 대한 가치관은 사람마다 다양할 것이다. 그것은 인생의 의미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각자의 환경과 경험에 따라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 논제는 고전문학 작품에 반영된 옛 선조들의 삶의 지향점을 살펴보고 자신의 가치관과 비교해 봄으로써, 삶의 의미를 성찰해 보자는 취지로 출제하였다. 서울대 2008학년도 모의논술 문제에서도 이러한 삶의 가치문제를 출제한 바 있다.(홈페이지 참조)

2. 논술문 작성 시 유의점

먼저 (가)와 (나)에 나타난 삶의 가치에 대해 정리해야 할 것이다. 이는 제시문의 내용을 이해해야 가능하므로 위의 ‘교과서 학습’ 단계의 문제를 충실하게 해결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그에 대한 자신의 견해는 (가)와 (나)의 가치관과 연관지어 다양하게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가)와 관련지어 ‘삶은 허무한가’라는 측면에서 논할 수 있을 것이고 삶이 허무하다면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바람직한가를 논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 (나)와 관련지어 개인의 가치와 사회적 가치의 상호 관계, 양립 가능성을 논점으로 삼을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어떤 경우든 자기 견해에 대한 논거가 타당해야 한다.

3. 제시문 해설

제시문에는 서로 다른 삶의 가치관이 나타나고 있다. (가)에서 양소유는 누릴 수 있는 모든 영화를 누려 본 인물이다. 그는 어느 가을날 옛 영웅들을 생각하면서 세속적인 부귀영화가 허무함을 깨닫고 불도에 귀의하여 진리를 추구하는 삶을 결심한다. (나)의 화자는 신선과도 같은 비세속적 삶을 추구한다. 그러나 자신이 왕명을 받은 신하이자 백성을 보살펴야 하는 목민관임을 자각하고 관리로서의 삶에 충실할 것을 다짐한다.

전문규 청솔 아우름 통합논술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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