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이슈&이슈]춤추는 대학입시,인재 가리는 현명한방법은

  • 입력 2007년 3월 27일 03시 01분


몸에서 가장 중요한 기관은 어디일까? 크기로 보자면 대장(大腸)이 제일 길고 면적도 넓다. 생명의 측면에서는 심장만 한 것이 없다. 그러나 두뇌에서 차지하는 중요도에 따라 순위를 매기면 이야기는 또 달라진다. 감각을 중심으로 사람을 그리면, 인간은 생식기와 혀가 거대한 모습으로 바뀐단다. 운동할 때 두뇌는 손놀림에 가장 큰 면적을 할애한다.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몸의 제일 중요한 부위는 바뀌기 마련이다. 따라서 이런 논쟁은 무의미하다.

대학입시가 또다시 춤을 춘다. 내신을 강조하는 교육인적자원부에 맞서 주요 대학들이 수능 우선을 내세우기 시작했다. 통합논술 바람은 논술에 대한 관심도 놓기 어렵게 한다. 내신, 수능, 논술의 비중을 놓고 신경전이 한참이다. 어디를 중요하게 보느냐에 따라 당락이 갈리는 탓이다.

하지만 내신, 수능, 논술은 서로 다른 능력을 요구하는 시험일까? 이 셋은 모두 ‘교과서를 중심으로 삼으며’ ‘정상적인 고교 교육과정을 이수한 학생이면’ ‘누구나 할 수 있다’는 똑같은 원칙을 내세운다. 논리로 따지면 이 중 하나만 잘 해도 나머지를 모두 잘해야 ‘정상’이다. 내신, 수능, 논술 비중을 둘러싼 논란은 몸에서 어디가 가장 중요한지를 놓고 벌이는 논쟁과 다를 바 없다. 장기(臟器) 하나 둘의 튼튼함으로 몸 전체의 건강을 가늠할 수는 없는 법이다.

평가 기준은 원하는 결과에 따라 정하는 것이 상식이다. 자동차 정비사를 뽑을 때 중요한 잣대는 기계 다루는 능력이 될 터다. 마찬가지로 입시에서는 대학에서 가장 공부를 잘 할 학생을 뽑는 쪽으로 평가의 방향을 잡아야 한다. 이것이 꼭 고교성적이나 수능 논술 순서라고 장담할 수 있을까?

기업들은 대학에서 사회가 원하는 인재를 기르지 못한다고 난리다. 대한민국은 정보화에서 앞자리를 다투고 있는 나라다. 우람한 근육보다는 게임방에 길들여져 PC 앞에서 오래 버티는 구부정한 몸이 정보화 업종에는 되레 나을 수 있다. 결석 없고 국·영·수 실력이 뛰어난 사람은 대개 성실하다. 인내심과 꾸준함이 필요한 까닭이다.

하지만 창의성이 핵심인 시대에는 항상 규칙의 경계에 서서 예외를 꿈꾸던 학생이 오히려 가능성이 크지 않을까? 요구하는 인재상은 디지털인데도 여전히 우리 입시의 잣대는 아날로그다. 내신, 수능, 논술의 비중을 따지기에 앞서 과연 우리네 입시가 시대에 맞는 인재를 가려내는 데 적당한지부터 가려 볼 일이다.

안광복 중동고 철학교사·철학박사 timas@joongdo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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