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고전여행]메리 셸리 ‘프랑켄슈타인’

  • 입력 2007년 3월 27일 03시 01분


“꼭, 아일랜드에 가겠죠?”

지구에서 유일하게 오염되지 않은 희망의 땅 ‘아일랜드’에 가기를 간절히 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생태계 파괴로 사람이 살 수 없게 된 21세기 지구에서 오직 그곳만이 희망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들이 믿고 있던 모든 것은 거짓이었습니다. 지구에는 여전히 많은 사람이 살고 있었고, 지구가 오염되었다는 것 역시 거짓말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진실은 무엇일까요?

아일랜드에 가기를 간절히 원했던 그들은 장기와 신체 부위를 제공하기 위해 태어난 복제 인간이었습니다. 그들이 희망의 땅 아일랜드로 간다는 것은, 세상을 살아가는 인간들에게 신체 부위를 제공하기 위해 죽으러 가는 것을 의미했던 것입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복제 인간들은 오직 살고 싶다는 본능으로 죽음의 땅 아일랜드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칩니다.

정말로 이러한 일이 지구에서 벌어진다고 한번 상상해 보세요. 너무 섬뜩하지 않나요? 영화 ‘아일랜드’는 2005년 황우석 박사의 ‘배아줄기세포 복제 성공(?)’으로 뜨거운 나날을 보내던 우리에게 ‘인간이 인간 생명을 창조한다는 것이 과연 바람직할까’라는 화두를 던졌습니다. 그런데요, 여러분. 영화 ‘아일랜드’보다도 훨씬 더 일찍, 황우석 박사보다도 더 먼저 ‘인간에 의한 생명 창조’에 대해서 고민한 사람이 있습니다.

과학에 대한 믿음과 기대가 대단했던 19세기 초, 열여덟 살의 메리 셸리는 세상을 공포에 떨게 만들 이야기를 구상하기 시작합니다. 그로부터 2년 후, 그녀는 무시무시한 작품을 세상에 내놓는데요, 그녀가 세상에 내놓은 이야기는 바로 ‘프랑켄슈타인’입니다. 무려 200여 년이나 앞선 시대에 살았던 그녀가 소설 ‘프랑켄슈타인’을 통해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무엇일까요?

빅터 프랑켄슈타인의 유일한 목표는 세계 최고의 과학자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세상을 놀라게 할 일을 계획하고 있었고, 차근차근 실행에 옮겼지요. 그는 과학에 대한 신념과 뜨거운 열정, 그리고 자신감으로 가득 찬 사람이었습니다.

“만약 내 연구가 성공한다면 탄생과 죽음의 경계가 완전히 사라지게 될 것이다. 머잖아 인류는 영원한 생명을 얻을 것이다. 그 새로운 인류에게 나는 생명의 유일한 근원이 될 것이며 이제껏 그 어떤 아버지도 누려보지 못한 감사와 숭배를 받을 것이다. 온 세상은 마땅히 기뻐하며 고마워할 것이다. 나의 연구야말로 혁명적인 것이며, 과학 혁명은 오직 인류의 복지를 위한 것이 아니던가?”

프랑켄슈타인 박사의 말입니다. 아주 거만한 목소리로 자신의 연구물을 자랑스러워하지요? 사실 그의 연구는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만했습니다. 프랑켄슈타인은 놀랍게도 죽은 사람에게 생명을 다시 불어넣는 연구를 하였답니다. 하지만 죽은 사람을 다시 살려 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했지요. 그는 최고의 인간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여러 시체들에서 신체의 각 부분을 떼어 내어 짜깁기를 하였고 마침내 하나의 ‘놀라운 신체’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에게 생명을 불어넣어 주었지요. 그런데 ‘그것’이 깨어나는 그 순간, 프랑켄슈타인은 죽을 것 같은 공포에 사로잡힙니다. 갑자기 자신이 ‘저지른’ 일에 대해서 감당할 수 없는 두려움을 느낀 그는 도망을 칩니다. 자신이 그토록 만들고 싶어 했던 괴물처럼 생긴 ‘그것’을 남겨 둔 채 말입니다.

왜, 갑자기 프랑켄슈타인은 자신이 만든 생명체가 깨어나는 모습을 보고 공포에 사로잡힌 걸까요? 그가 깨어나는 순간을 지금까지 기다려 왔는데, 가장 중요한 순간 왜 그에게서 멀어지려 한 걸까요? 자신의 눈앞에 펼쳐진 형상이 그가 만들어 내고자 했던 인간의 모습이 아니라 기괴하게 생긴 괴물의 모습이었기 때문일까요? 여러분은 어떤 이유 때문이라고 생각하세요?

프랑켄슈타인 박사가 생명을 만들어 내고자 한 이유는 ‘지적인 영토’를 넓히려는 일종의 모험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모험은 모두를 불행하게 만든 너무나 위험한 것이었지요. 그리고 그는 그것을 너무 늦게 깨달았습니다. 19세기의 작가 메리 셸리가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전하고자 하는 것을 발견했나요?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고민해 보기로 합시다. 이 책과 관련된 재미있는 사실 중 하나는 많은 사람이 프랑켄슈타인을 괴물의 이름으로 알고 있다는 점입니다. 여러분은 그렇지 않았나요? 사실 ‘프랑켄슈타인’은 괴물을 만들어 낸 과학자의 이름인데 말이지요. 왜 우리는 이런 착각을 하는 걸까요? 혹시 작가가 의도적으로 괴물을 만들어 낸 창조주를 ‘괴물’로 오인(誤認)하게 작품을 구성한 것은 아닐까요? 왜 많은 사람이 창조자 프랑켄슈타인을 괴물로 오인하고 있는지, 그 의미를 파헤쳐 보기 바랍니다.

명금희 학림필로소피 논술전문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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