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시문 <가>와 <나>, <나>와 <다>를 각각 비교분석하고 그것을 토대로 <라>에서 공공이익이 가장 커질 수 있는 방안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논술하시오. (1600 ±100자) ※제시문은 이지논술 사이트에 있습니다.
■ 학생글
윤강재·서라벌고등학교 2학년
① 2000년 의약분업으로 인해 의사들과 약사들이 큰 갈등을 빚었다. 자신들이 속한 집단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한 대립이었다. 이와 같이 모든 인간들은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다른 사람의 이익보다는 자신의 이익을 먼저 추구하려는 이기심을 가지게 된다. ② 인간은 필연적으로 욕구를 가지고 있지만, 모든 인간의 욕구를 충족시켜 줄 만큼 자원은 무한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두들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한다면, 어느 누구도 만족하지 못할 것이며 사회는 사리추구를 위한 분쟁만이 벌어질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인이 아닌 모든 사람이 누릴 수 있는 공공이익의 추구가 필요하다.
③ 제시문 <가>는 공감, <나>는 국가라는 개념을 통해 공익을 추구하는 행동에 대한 기준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제시문 <가>는 인간의 이기심으로 인한 행동이 개인의 이익뿐만이 아닌 사회 전체의 이익까지 증가시킨다고 보고 있지만, 이 행동이 타인에게 피해를 끼칠 경우에는 적절하지 않은 행동이라고 보고 있다. 따라서 행동의 수행자가 아닌 제3자가 보더라도 합당하다고 인정할 수 있을 때 느끼는 동감이라는 판단 기준을 통해 행동의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다고 하였다. 제시문 <나> 역시 자유로운 인간들이 자신의 이익을 추구할 때 나타날 수 있는 격렬한 분쟁 상태, 즉 ‘만인의 만인에 대한 싸움’을 벗어나기 위해서 인간들은 국가라는 권력 기준을 만들고 그 권력에 스스로 복종하여 공익을 추구한다고 보고 있다.
④ 제시문 <나>와 <다>는 공익 추구를 위한 방법이라는 부분에서 비교할 수 있다. 제시문 <나>가 국가라는 절대 권력 아래 모든 사람이 자발적으로 복종하여 서로 간에 벌어질 수 있는 분쟁의 씨앗을 없애는 방법으로 공익을 추구한다면, 제시문 <다>는 시민 참여의 강화라는 담론주의의 개념을 설명하면서 제시문 <나>와 같이 절대 권력에 복종하기보다는 개인들이 동등한 입장에서 서로간의 타협과 협상을 통해 만족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를 이끌어 내는 방법으로 공익을 추구하고 있다.
이러한 공익 추구는 비단 국가나 정책 결정과정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생활 가까이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데, 제시문 <라>가 그 예이다. ⑤ <라>의 표를 볼 때, 김 씨와 이 씨가 상대방의 입장을 모르는 상태에서 모두 이기심에 기초하여 행동한다면 모두 홍수 방지시설 비용을 부담하지 않으려 할 것이다.
상대방이 비용을 부담할 때 자신이 비용을 부담한다면 500만 원의 이익을 볼 것이고, 부담하지 않는다면 750만 원의 이익을 볼 것이기 때문에 부담하지 않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고, 상대방이 비용을 부담하지 않을 때 자신이 비용을 부담한다면 250만 원의 피해를 보고 비용을 부담하지 않는다면 손익이 없기 때문에 이 경우에도 부담하지 않는 편이 더 낫기 때문이다. 그러나 둘 다 부담하지 않을 때에는 아무런 손익이 없다. ⑥ 둘 다 비용을 부담할 때보다 공공이익이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⑦ 따라서 더 나은 공공이익의 추구를 위해서 김 씨와 이 씨는 제시문 <다>와 같이 대화와 협상을 통해 상대방의 선택을 알고 그 선택에 대한 믿음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현상은 서로가 상대방의 입장을 알 수 없기 때문에 나타나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상대방의 입장을 알 수 있다면 두 사람은 당연히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둘 다 비용을 부담하는 쪽을 선택할 것이다.
■ 첨삭지도
이번 문제는 인간의 이기심에 대한 상반된 견해와 사회적 갈등해결에 대한 서로 다른 해결책을 각각 비교 검토한 후에 공공이익이 가장 커질 수 있는 방안을 서술하라는 것이다. 특히 주의해야 할 점은 <라>에 나타난 도표를 활용해서 그 방안을 서술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도표를 잘 분석해 보면 김 씨와 이 씨가 각자 1000만 원씩 부담했을 때 혜택은 각자 1500만 원을 얻게 된다. 즉 이 상황일 때 공공이익이 가장 커지게 된다. 따라서 논제에서는 김 씨와 이 씨가 각자 1000만 원씩을 부담하게 만들기 위한 방안으로 국가의 통제와 상호협의 중에서 어떤 것이 더 바람직한가를 묻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학생이 이 논제에서 이탈하여 개인과 사회의 바람직한 관계, 사회적 공익의 중요성에 대해서 추상적인 답안을 서술하였다. 논제에 충실한 답안은 태종대중학교 3학년인 고은옥 학생의 글이지만 본란이 고교생 실전논술인 관계로 첨삭에서 제외하였다. 그 다음으로 논제에 충실한 답안은 서라벌 고등학교 2학년인 윤강재 학생의 글이다.
이 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제일 먼저 인간의 이기심이 사회에 긍정적으로 기여하는지 아니면 부정적으로 작용하는지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정리해야 한다. 만약 이기심이 사회에 긍정적으로 기여한다면 제시문 <다>와 같은 상호합의를 통한 공익 극대화라는 방안을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기심이 사회에 부정적으로 기여한다면 제시문 <나>와 같이 국가의 강제적 조정에 의한 공익 극대화라는 방안을 선택할 것이다. 그리고 제시문 <나>의 상호 합의적 결정을 정당화하기 위해서는 인간이 자율적인 합의능력을 지니고 있다는 점을 전제로 한다. 앞에서 제시한 논리전개 과정을 치밀하게 구성하지 못한 점과 숨어 있는 전제의 활용방안을 다각적이고 심층적으로 모색하지 못한 점이 아쉽게 느껴지는 답안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학생이 공익과 사익과의 관계에 대해서 서술하면서 논제를 이탈한 답안을 작성하였지만 윤강재 학생의 답안은 나름대로 논제에서 이탈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우수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답안을 보다 세부적으로 분석해 보면, ①의 서론이 이미 지나 버린 시사적 문제를 언급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2000년의 의약분업에 의한 갈등은 이미 7년 전에 발생한 것으로 보다 최신의 시사현안을 통해서 서론을 시작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②는 이기심에 의한 갈등이 나타나는 원인을 서술하기는 했지만 전체 논제와 논리적으로 연결되지 않는 문제점이 있다. 서론은 전체적인 논술의 방향을 서술해야 한다. 이 문제는 공익증진을 위해 상호협의와 국가통제라는 두 가지 방안 중 어떤 것이 더 타당한지를 논술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많은 학생이 이기심에 의한 사회적 갈등에 초점을 맞춘 답안을 서술했는데 이 부분도 그 흐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인식상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③과 ④는 두 제시문을 각각 비교분석한 내용이다. 먼저 ③은 <가>와 <나>의 비교가 서술되어 있는데 두 제시문의 가장 중요한 차이점을 서술하지 못한 한계가 있다. 이기심에 대해 <가>는 긍정적, <나>는 부정적으로 평가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 서술하지 못한 채 이기심의 부정성을 제한하기 위한 방안만 서술한 점에서 제시문 비교능력의 부족함이 드러난다. 반면에 ④는 공익추구의 방법이라는 측면에서 두 제시문의 차이점을 잘 비교하였다.
⑤, ⑥, ⑦은 논제의 세 번째 요구사항을 충족시키는 글이다. 먼저 ⑤는 <라>의 표를 분석한 내용으로, 각각의 경우를 비교하여 서술한 점은 우수하다. 하지만 전체적인 분석의 틀과 방향은 공익의 측면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답안에 나타난 표의 분석은 각각의 경우에 각자가 얻게 되는 이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다행히도 ⑥에서 둘 다 비용을 분담할 때보다 공공이익이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최종적 결론을 내리고 있어서 논제에서 이탈하지는 않았지만 논제분석을 체계적으로 하지 않은 것이 답안서술의 초점이 흐려지는 결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⑦에서는 당위적으로 대화와 협상을 통한 공익극대화라는 결론을 내리고 있는데 그 결론으로 이어지는 논리전개 과정이 생략되어 있다. 국가에 의한 강제조정의 문제점을 제시하고 상호협의의 장점을 열거하면서 대화와 협상이라는 최종 결론을 이끌어내는 치밀한 논리전개 능력을 앞으로 더 보완해야 할 것이다.
<가>는 애덤 스미스의 사상이 담긴 글이다. 개인의 사적이익 추구가 ‘보이지 않는 손’의 조정을 통해 공공의 이익으로 구현된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와 같은 조화예정론을 바탕으로 개인의 이기적 본성에 의한 사익추구는 타인의 공감을 얻지 못하는 경우에만 사회적 악으로 규정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나>는 토머스 홉스의 [리바이어던]에서 발췌한 글이다. 인간이 본성대로 행동할 경우 자연스러운 욕구와 열망에 의하여 처참한 전쟁상태가 빚어질 수밖에 없으므로 이러한 혼란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개인은 자신의 권력을 절대자에게 양도한다는 사회계약론을 담고 있다. 제시문<가>와 달리 개인의 이기심에 기반을 둔 행위는 공공의 이익을 훼손한다고 보고 있으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절대자의 무한한 권력이 필요하다는 것이 제시문<나>의 핵심이다.
<다>에는 위르겐 하버마스의 담론주의를 국가 정책결정에 도입하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타나 있다. 정책결정자와 같은 엘리트에 의한 일방적 문제해결방식을 지양하고, 이해당사자들이 정책결정자와 직접 협상을 하거나, 다른 입장을 가진 시민과 직접적으로 타협하여 공익을 구현할 수 있는 최선의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담론적 문제해결 방식은 제시문<나>에 나타난 절대자에 의한 권력적이고 일방적인 문제해결 방식과 대조를 이루고 있다.
<라>는 김 씨와 이 씨가 홍수방지시설이라는 공공재 설치를 위해 상호이익을 조율하는 과정을 제시하고 있다. 상대방의 이익을 고려하지 않고 자신의 이익만을 극대화 하려고 할 때, 김 씨와 이 씨는 각각 (0)의 이익을 얻게 된다. 왜냐하면 김 씨의 입장에서는 이 씨가 비용을 부담하건 부담하지 않건 간에 자신은 비용부담을 하지 않는 것이 항상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은 이 씨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결국 김 씨와 이 씨는 아무런 비용도 부담하지 않으려 하므로 홍수방지시설을 설치할 수 없고, 김 씨와 이 씨 모두 아무런 이익을 얻지 못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각각 1000만 원씩의 비용을 부담하고 500만 원씩 순이익을 얻게 되어 사익과 공익이 동시에 증진될 수 있는 최선의 대안을 선택할 수 없는 딜레마 상황에 봉착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김 씨와 이 씨로 하여금 1000만 원씩의 홍수방지시설비용을 부담하도록 하여야 하는데, 구체적 대안으로 제시문 <나>에 나타난 권력에 의한 강제적 조정방법과 제시문<다>에 나타난 상호협상을 통한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강상식 학림논술연구소장
◎ 다음 주 논제
제시문 <가>와 <나>, <다>에서 피력된 욕망에 대한 입장을 비교하고, <마>, <바>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취하면서 <라>의 관점을 바탕으로 참된 행복에 이를 수 있는 욕망관에 대하여 모든 제시문을 참고하여 자신의 생각을 논술하시오. (1600±100자)
<가> 풍요의 신 포로스는 궁핍의 신 페니아의 계략으로 동침을 하게 되어 에로스를 낳는다. 포로스(풍요)와 페니아(궁핍)의 아들인 까닭에, 에로스는 어머니를 닮아 늘 부족하고 궁핍하지만 아버지를 닮아 아름다운 것과 선한 것을 계획한다.
소크라테스: 그러면 그는, 아니 다른 어떤 사람이라도 무엇을 욕구한다고 하면, 자기가 현재 누리고 있지 못하는 것이라든지 실지로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을 욕구한단 말이지? 즉, 자기가 아직 이르지 못한 처지라든가, 자기에게 결여되고 있는 것들에 욕구와 사랑이 향하는 것이 아닌가?
아가톤: 물론입니다.
소크라테스: 자 그러면, 지금까지 합의를 본 것을 다시 한 번 살펴보세. 에로스는 첫째로 어떤 것에 대한 사랑이요, 둘째로 자기에게 없는 것에 대한 사랑이지?
아가톤: 그렇습니다.
소크라테스: 그러면, 에로스는 아름다움을 결여하고 있고, 가지고 있지 않았겠군?
아가톤: 그럴 수밖에 없겠지요.[플라톤, ‘향연’ 중 발췌]
<나> 프로이트는 인간의 역사를 억압의 역사로 보았다. 인간의 본능적 욕구에 대한 억압 및 이로 인한 그러한 욕구의 포기와 더불어 문명이 시작된다. 쾌락 원칙이 현실 원칙으로 바뀌면서 즉각적 만족 대신에 지연된 만족이, 쾌락이 쾌락의 억제로, 놀이가 노동으로 바뀐다. 생계를 유지하기 위하여 쾌락적인 본능적 욕구를 제어하고 노동이라는 현실적 원칙을 선택하게 된다. 따라서 문명은 억압을 토대로 하고 있다. 인간의 본능적 욕구를 자유롭게 충족시키는 것은 문명화된 사회와 양립할 수 없으며, 문명을 진보시키기 위해서는 만족의 포기와 유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 손철성, ‘허버트 마르쿠제-마르크스와 프로이트를 결합시키다’]
<다> 욕망도 또한 긍정적이고 생산적인 것이다. 이것은 정치 그리고 정치와 상상력 사이의 관계에 대한 근본적으로 새로운 접근법을 가능하게 한다. 욕망은 우리가 가지지 않은 것을 욕망하는 결여로부터 시작되지 않는다. 욕망은 연결로부터 시작된다. 삶은 자신을 보존하고 향상시키기 위해 다른 욕망들과 연결한다. 이런 연결들과 생산들은 궁극적으로 사회적 전체들을 형성한다. 몸들이 다른 몸들과 연결해서 자신들의 역능(power)을 향상시킬 때, 그것들은 궁극적으로 공동체들이나 사회들을 형성한다. 그러므로 역능은 욕망의 억압이 아니라 욕망의 표현이다. 사회적 전체들은 이데올로기, 즉 우리가 복종해야만 하는 어떤 억압적인 관념을 통해 형성된다는 생각에 반해서, 들뢰즈는 사회적 전체들이 긍정적이자 생산적인 것이라고 주장한다. 사회적 전체들은 관심들(interests), 즉 ‘코드화 된’, 규칙적인, 집합적인 그리고 조직된 욕망의 형식들을 생산하기 위해서, 욕망들(desires) 혹은 삶을 향상시키는 그런 연결들을 취한다.[클레어 콜브룩, ‘질 들뢰즈’]
<라> 사람들이 선택하는 구체적인 삶의 목적이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의 삶의 방향은 사회적 배경에 따른 가치관의 차이, 자신이 처한 개인적·사회적 상황, 타고난 능력이나 받을 수 있는 교육 등과 같은 여러 가지 요소들로 인해 매우 다양하게 선택되고 그 의미가 결정된다. 어떤 사람은 예술을 위하여 일생을 바치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종교에 헌신하기도 한다. 또, 어떤 사람은 어류나 조류 연구에 일생을 바치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사회 봉사자가 되는 것이 가장 훌륭한 길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고등학교 교과서 윤리와 사상 교육인적자원부, 28쪽]
<마> 소유지향의 태도는 타인을 배제하며, 나의 재산을 지키고 그것을 생산적으로 활용하려고 부심하는 것 이외에는 자신에게 다른 노력을 요구하지 않는다. 그것은 불교에서 욕진(欲塵)이라고 부르고, 유대교와 기독교에서 탐욕이라고 부르는 태도에 다름 아니다. 소유적 실존양식에서는 나와 나의 소유물 사이에 살아 있는 관계가 형성되지 않는다. 소유물은 물론 나도 사물이 되며, 내게 그것을 소유할 가능성이 주어졌기 때문에 지금 나는 그것을 소유하고 있다. 그러나 그 반대의 관계도 있을 수 있어서, 그것이 나를 소유하기도 한다.
[에리히 프롬, ‘소유냐 존재냐’]
<바> 소비의 시대인 오늘날에는 상품의 논리가 일반화되어 노동과정이나 물질적 생산물품뿐만 아니라 문화, 섹슈얼리티, 인간관계, 심지어 환상과 개인적 욕망까지도 지배하고 있다. 모든 것이 이 논리에 종속(從屬)되어 있는데, 그것은 단순히 모든 기능과 역구가 이윤에 의해 대상화되고 조작된다고 하는 의미에서뿐만 아니라 모든 것이 진열(陣烈)되어 구경거리가 된다는, 즉 이미지, 기호(記號), 소비 가능한 모델로 환기(喚起)되고 유발(誘發)되고 편성(編成)된다는 보다 깊은 의미에서이다.[장 보드리야르, ‘소비의 사회’]
<사> 하루를 오전과 오후 둘로 나누어, 빵을 벌기 위한 노동은 하루에 반나절만 하고 나머지 시간은 온전히 자기 자신을 위해 쓴다. 한 해의 양식이 마련되면 더 이상 일하지 않는다. 그렇다. 더 많은 것을 추구하느라 우리가 하루에 단 한 시간도 자기 자신을 위해 쓰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할 까닭이 없다. 우리는 어느 새 모든 것의 노예가 되었다. 흙을 밟는다거나 나무 아래를 서성거려 보는 일들로부터 멀어졌다.
할 수 있다면 모든 먹을거리를 자급자족하며, 농사지을 수 없는 생필품은 농작물과 맞바꾼다. 기계에 의존하지 않으며, 할 수 있는 한 손일을 한다. 기계가 고장 났을 때의 번거로움으로부터 피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두뇌와 정신 건강에도 좋기 때문이다. 하루에 한 번씩은 철학, 삶과 죽음, 명상에 관심을 갖는다. 일 년에 한두 달은 여행을 한다. 커피와 차를 멀리하고 간소한 식사를 하며 설탕과 소금을 삼간다. 그리고 깨끗한 양심과 깊은 호흡을 유지할 것을 삶의 대원칙으로 삼는다.
우리들의 원칙의 기준은 ‘삶은 만족감을 얻어야 한다. 그리고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을 땅에서 얻는다’는 것이다. 단순하면서 충족된 삶. 그것이 우리가 평생토록 추구한 삶이다.
[헬렌 니어링. 스코트 니어링,‘조화로운 삶’ 발췌]
조성민 학림논술 상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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