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은 종종 내 행동을 규제한다. 이 때문에 ‘지나친 간섭’이라며 부모님과 다툴 때도 있다. 이런 경우 우리는 부모님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며, 어떤 방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글 (가), (나)의 내용을 바탕으로 600자 내외로 논술해 보자.
■ 학생글
권지연·충남 천안시 부성중학교 3학년
청소년인 우리들은, 부모님의 규제에 신경질적이고 과민 반응을 보이게 된다. 독립하고 싶고, 간섭에서 벗어나고픈 욕망이 들끓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부모님이 엄하게 대하는 것에는 부모님의 사랑이 담겨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세상 어디에도 자식을 미워하는 사람은 없다. 사랑하기에 잘되기를 바라서 하시는 말씀들을, 우리는 비뚤게 보게 된다. 우리가 부모님의 마음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역지사지(易地思之). 즉 부모님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보면 된다. 맹목적으로 무조건 봐주면서 키우는 것이 오히려 우리를 위한 것이 아님을 우린 알 수 있다.
마찰이 생길 때는 많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부모님도 우리들도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할 필요가 있다. 부모님께서는 사랑의 매라 하시지만, 우리들의 입장에서는 비뚤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받고 싶어 하는 것이 우리 청소년들이니까 말이다. 또, 우리들의 자세도 부모님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가져야 한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대화가 없는 요즈음, 부모님과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대화를 통해서 서로 의견을 주고받으며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할 수 있다. 부모님의 사랑이, 간섭처럼 느껴져서 다툴 때가 많지만 서로 이해하면 사이좋은 부모, 자녀가 될 수 있다.
전희제·전북 익산시 남성여자중학교 3학년
흔히 부모가 자녀를 꾸짖거나 매를 때리지 않으면 맹목적인 보살핌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것은 흑백논리이다. 어째서 그것을 부모의 바람직하지 않은 맹목적 사랑이라고밖에 생각하지 않는가. 특히 청소년기에 접어든 자녀를 대하는 부모에게는, 그들의 잘못된 결정에 무조건 체벌을 가하기보다는 하나의 과정이라는 이해가 필요하다.
지금 자녀는 몇몇 어른들이 가끔 말하는 ‘매를 들지 않고 말로 해도 알아듣는’ 나이가 되어 있다. 다시 말하면, 점차 독자적인 결정과 깊이 있는 생각이 가능해진다는 뜻이다. 물론 청소년기는 어른이 되기 위한 과정이므로 아직 그 선택이 틀리는 경우도 많을 수 있다. 그러나 부모들에게는 이러한 판단을 자녀 대신 내려주기보다는, 자녀가 직접 선택한 결정이 그릇된 것이란 걸 깨닫게 해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렇게 해서 자녀를 부모에게 의존하지 않는 독립적 존재로 키워 주기 위함이다. 또한, 자녀들도 부모와 자주 대화를 가지고 충분한 설명으로 자신의 뚜렷한 견해를 부모가 알도록 해야 한다. 부모가 자녀의 정신적 성장을 알 수 있도록 말이다.
청소년기는 이성적 판단과 수용을 할 수 있는 시기이다. 부모가 자녀를 아직도 보호가 필요한 어린아이로 보는 인식이 잘못된 것이다. 자녀의 앞날을 고려하여 자립심을 키우는 데 노력해야 한다. 사회는 언제까지나 부모의 보호와 판단 아래 살아갈 수는 없기 때문이다.
‘가족간 갈등’ 원인보다는 해결법에 초점 맞춰야
■ 총평
우리가 삶을 꾸려 나갈 때 누구보다 큰 힘이 되는 것이 가족이다. 가족은 혼인을 한 부부나 부모, 자식으로 구성되며 서로 의지하며 대를 잇는 공동체다. 그러나 애틋한 사랑으로 엮인 가족들도 서로 다툴 때가 있다.
특히 청소년기 부모와의 갈등은 누구나 겪고 지나갈 만큼 흔한 일이다. 그러나 이처럼 사소한 갈등도 크게 번질 때가 있다. 부모는 자녀에게 폭력을 쓰고 자녀들은 가출이나 비행을 저지르기도 한다. 이런 극단적인 갈등은 서로 다른 이해관계 때문에 일어난다. 이번 논제는 가족 구성원 간의 이해관계와 갈등의 본질을 파악하여 그 해결책을 찾는 데 초점을 맞췄다.
학생들은 대부분 부모 자식 간의 사랑과 이해를 문제 해결의 가장 중요한 전제로 꼽고 있어 바람직한 도덕적 가치관이 엿보였다. 다양한 해결 방안을 제시한 부분에서는 학생들의 문제해결 능력이 부쩍 자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막연하게 자신의 생각만 나열한 글들이 많이 보여서 아쉬웠다. 글 자체가 에세이가 아닌 일기가 되어버린 탓에 논자와 독자가 함께 논하는 일도 불가능했다.
이번 논제는 갈등의 원인보다는 갈등의 해결법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필요했다. 다시 말해 나와 부모님의 갈등이 직접적인 원인 외에도 주변 환경이나 개인의 성격, 의식 구조의 차이 때문에 더 심화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지적하고 그 해결법을 찾는 데 주력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표면에 드러난 문제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면 이면에 감춰진 본질적인 문제를 지나쳐 버리기 쉽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수의 학생이 이 함정에 빠져 일기처럼 개인적인 글을 써냈다.
권지연 학생의 글은 문장의 완성도가 높았다. 논제에서 요구하는 내용도 간결하고 명확하게 잘 풀어 썼다. 특히 갈등이 일어난 원인을 나름대로 분석하여 문제 해결의 열쇠로 이해와 존중, 감사의 마음을 강조한 점, 현대 사회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인 가족 간의 대화 단절을 지적한 부분이 돋보였다.
그러나 단락 구분이 명확하지 않은 점이 아쉬웠다. 단락은 글 전체에서 생각의 덩어리 역할을 한다. 따라서 단락을 쓸 때는 하나의 문장을 중심으로 나머지 문장들이 이 문장을 부연해야 한다. 이때 부연 설명을 하는 문장은 중심 생각을 뒷받침하는 사실, 예시, 이유, 증거 등을 제시한다. 권지연 학생은 앞으로 단락을 구성하는 연습을 더 해야 할 것 같다. 논술문은 짧든 길든 간에 짜임새 있는 글의 구성이 중요하며, 구성 자체가 주장을 전달하는 하나의 전략적 방법이기 때문이다.
전희제 학생의 글은 자녀의 관점에서 부모와의 갈등을 풀어가는 데 중점을 맞춘 대다수의 학생들과 달리, 부모의 위치가 얼마나 중요한지에 초점을 맞춘 점이 신선했다. 특히 청소년기는 가치관을 형성하고 삶의 방향을 결정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에 부모의 지나친 간섭은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 부분이 돋보였다.
김재필 LC교육연구소 선임연구원
◎ 다음논제 써서 보내요
다수결의 원칙을 따르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글 [가]와 같이 담임선생님이 반응한 이유를 설명하고, 이런 담임선생님의 태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글 [나]의 내용을 바탕으로 600자 내외로 논술해 보세요.
■ 제시문
(가) 여럿 가운데서 뽑혀 오신 분인 만큼 새 담임 선생은 첫날부터 남다른 데가 있었다. 작은 일도 지나쳐 보거나 흘려듣는 일이 없는 만큼이나 느낌도 예민해 첫 종회 시간에 이미 그분은 우리를 은근히 몰아세웠다.
“이 반은 왜 이리 활기가 없어? 어릿어릿하며 눈치나 슬슬 보구…….”
그런 그의 남다른 관찰력은 반을 맡은 지 사흘 만에 벌써 문제의 핵심에 다가들고 있었다. 그날 6학년 들어 새로운 급장 선거가 있었는데, 석대가 61표 중 59표로 당선되자 담임선생은 벌컥 화를 냈다.
“이 따위 선거가 어디 있어? 무효표와 당선자 본인의 표를 빼면 전원 일치잖아? 선거 다시 해.”
그리고 재빨리 실수를 알아차린 석대가 손을 쓴다고 써 다음 선거에서 51표로 떨어뜨려도 마찬가지였다.
“이건 뭐야? 엄석대를 빼면 나머지 아홉은 전부 한 표씩이잖아? 도대체 경쟁자가 없는 선거가 무슨 소용 있어?”
그렇게 화를 내며 엄석대와 우리를 번갈아 쏘아보는 것이었다. 그분도 명백한 선거 결과는 어쩔 수가 없어 엄석대를 급장으로 인정하기는 했지만 어쩌면 그 기묘한 혁명은 이미 거기서부터 시작됐다고 할 수도 있었다.[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나) 학교는 학생들이 민주 정치의 제도와 운영 원리를 배우고 체험하는 교육 현장이다. 우리는 학교생활을 해나가는 데 있어서, 스스로 결정하고 실천해야 할 많은 문제를 경험하게 된다. 이때, 우리는 문제 해결에 관한 여러 가지 주장이나 의견을 조정하여 전체적인 합의를 이끌어 내기 위한 방법으로 민주적인 사회에서는 다수결의 원칙을 따른다.
다수결의 원칙은 소수의 의견보다 다수의 의견을 따르는 것이 잘못될 위험이 적다는 생각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러나 다수의 의견이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니며, 소수의 의견이 정당한 경우도 있다. 그러므로 올바른 의사 결정을 위해서는 소수의 의견을 존중하면서, 충분한 토론과 설득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중 3 사회(금성출판사) 19쪽]
박승렬 LC교육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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