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의1동 김영미(47) 사무장이 혈압기와 당뇨측정기가 든 가방을 들고 지은 지 20년이 넘은 낡은 주택의 단칸방을 찾았다.
최근 고혈압과 당뇨 증상을 보이고 있는 임모(85) 할머니의 건강을 체크하기 위해서다.
“할머니 저 왔어요. 요즘 건강은 어떠세요.”
“동사무소 일도 바쁠 텐데 이렇게 찾아와 줘서 고마워….”
임 할머니는 김 사무장의 손을 꼭 잡은 채 오랜만에 만난 친딸을 대하는 듯했다.
김 사무장은 “할머니 혈당이 지난번보다 좀 높아졌으니 달고 짠 음식을 많이 드시지 말라”고 당부했다.
김 사무장은 인천시 최초의 ‘간호직’ 사무장. 남구는 동사무소 사무장에 행정직이 배치돼 온 관행을 깨고 주민의 복지 서비스를 좀 더 강화하자는 취지로 올해 초 간호직 사무장을 인천지역 처음으로 발탁했다.
숭의1동 주민들은 “여성인 김 사무장이 부임한 뒤 복지서비스가 달라지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우선 주2회 독거노인과 국민기초생활수급자 등 어려운 주민을 찾아가 세심한 의료서비스를 펼치고 있다. 관내 어려운 가정을 직접 방문해 개개인의 복지 욕구를 파악한 뒤 맞춤형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숭의1동 6400여 명의 주민 가운데 65세 노인은 800여 명에 이른다. 이 중 혼자 사는 노인 등 기초생활수급자가 200여 명.
1989년 간호직으로 보건소에서 공무원 생활을 시작한 김 사무장은 방문 간호, 경로당 순회 진료 등 노인진료사업의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노인 복지서비스를 펼치고 있다.
혈압 및 당뇨검사 실시는 물론 질병 상담 및 복약 지도, 영양 상담 등 다양한 건강 상담을 실시하고 있다.
이 같은 세심한 상담은 질병의 조기 발견과 예방으로 이어져 주민 호응이 크다.
그는 또 부임 뒤 혼자 사는 노인들의 생일을 꼬박꼬박 챙겨 기쁨을 선사하고 있다. 생일 전날 저녁 손수 작성한 생일카드, 미역과 김을 선물로 전달하며 말벗이 되어 주고 있다.
김순녀(72) 씨는 “평소 고혈압이 있는 줄 모르고 살았는데 김 사무장이 꼼꼼하게 살펴줘 건강을 지키고 있다”며 “친손자를 보듯 정겹고, 고마움을 어떻게 갚아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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