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녘 오빠 정원영(75) 씨는 27일 화상상봉을 통해 남녘의 네 여동생 천영(69) 순영(66) 석영(64) 서영(61) 씨와 매제 오만근(71) 씨로부터 부모님 제일을 확인하고는 이렇게 말했다.
아들 은선(41), 딸 은옥(38) 씨와 함께 나온 정 씨는 "1950년 8월12일 고향을 떠나 하루도 아버지 어머니, 너희를 잊은 적이 없다. 조국이 통일되면 고향에 가겠다고 했는데 남북이 갈라지는 바람에 못 갔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정 씨는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동생들을 보자 "17살에 고향을 떠났는데… 오빠 얼굴 낯이 익지?"라고 반가워하면서 동생들이 어디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자손은 몇인지 하나하나 물었다.
건강을 묻는 말에는 "내 나이가 팔십이 돼가는데 지금도 이렇게 건강해서 백 살까지 살 것 같다고 한다"며 1남3녀와 손자·손녀가 모인 가족사진을 보여줬다.
남녘 동생들은 오빠의 말을 듣고는 연방 "오빠가 너무너무 행복해 보인다. 조카들도 너무 반갑고 고맙다"며 박수를 쳤다. 둘째 순영 씨는 "오빠가 나와 많이 닮았다"며 즐거워하기도 했다.
하지만 돌아가신 부모님 얘기가 나오자 상봉장은 금세 울음바다가 됐다.
순영 씨는 "어머니가 오빠를 그렇게 보고 싶어 했는데…. 아버지는 중풍에 걸리신 몸으로 매일 큰 길에 나가서 (오빠를) 기다렸다"고 눈물을 흘렸다.
또 "서울 오기 전 부모님 산소에 오빠 사진을 보여드렸다. 어머니는 하나 있는 아들 잘 되라고 날마다 물 떠놓고 빌었는데…"라며 흐느꼈다.
이에 정 씨는 "어머니, 이 아들이 지금 살아있습니다"며 57년의 회한과 그리움을 눈물과 함께 터뜨렸다.
막내 서영 씨가 "어제 저녁 모두 모였는데 오빠 보고픈 마음에 잠을 못 잤다. 오빠도 못 잤지? 올케 언니는 잘 지내지"라고 묻자 정 씨도 "그래 맞다. 동생들아 너무 고맙다"며 "너희 올케는 키는 좀 작아도 정말 고와. 춘향이 못지 않다"며 웃었다.
이날 어린 시절 헤어졌던 5남매는 반세기 동안 나누지 못했던 눈물과 웃음을 쏟아내면서 "같은 하늘 아래 있다는 게 너무 고맙고 좋다"고 입을 모았다.
디지털뉴스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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