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개월 만에 다시 열린 이번 화상상봉은 서울 남산동 대한적십자사 본사와 지역의 적십자사에 마련된 상봉실과 북한 평양에 설치된 10개 상봉실에서 광전용망으로 연결된 화상회의 시스템을 통해 이뤄졌다.
29일까지 사흘간 남북 각 60가족 865명이 '혈육의 정'을 나누게 되며, 첫날인 이날 1차로 40가족이 스크린을 통해 만났다.
서울 상봉장에서는 6·25전쟁 중 월남자 이창화(95) 씨와 북측 딸 홍옥(67)·홍영(64) 씨가, 경기 수원상봉장에서는 남측 최고령자인 최병옥(102) 씨와 북측 아들 지호(72) 씨가 각각 스크린을 통해 감격적인 상봉을 했다.
이산 가족들은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남북 양측에 마련된 상봉장에 가족 단위로 들어가 2시간 동안 오래된 사진들을 서로 보여주며 아련한 기억을 더듬는 등 애절한 이산의 아픔을 나눴다.
남측 가족들은 돌아가신 부모님에 대한 추억과 다른 가족의 생활상을 북측에 소개하는데 주력했으나 북측 가족들은 '장군님(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은혜'로 잘 살고있다는 점을 빠짐없이 강조하기도 했다.
상봉 개시에 앞서 한완상 대한적십자사 총재는 장재언 조선적십자회 중앙위원장과 나눈 화상대화를 통해 "고령 이산가족들이 하루에도 열 분 씩 돌아가시고 있다"면서 "지금처럼 일년에 두 세 차례 200~300명 만나는 걸로는 이산가족의 고통을 빨리 해소해줄 수 없다"며 이산가족 상봉 확대를 제의했다.
한 총재는 "이산가족 면회소와 화상상봉센터를 빨리 건립해서 상봉횟수와 규모도 늘리고 만나는 장소도 넓혀서 이산가족들에게 만남의 기회를 더 많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장 위원장은 "북과 남이 인도적인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서 6~15공동선언이 밝혀놓은 우리 민족의 임무를 어기지 말아야 한다"면서 "그래야 인도적 문제가 착실하게 풀린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재정 통일부 장관도 서울 상봉장을 둘러본 뒤 "평양 화상상봉센터와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를 만들면 이산가족 상봉이 정례적으로 이뤄지도록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화상상봉 이틀째인 28일에도 남과 북의 40가족이 상봉 스크린 앞에 설 예정이다.
제 5차 화상상봉은 지난해 7월 북측의 이산상봉 중단 선언으로 무기 연기됐다가 이달 초 남북 장관급회담 합의로 다시 열리게 됐다.
성하운기자 haw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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