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값 급등 소식에 조부모 묘지 파내

  • 입력 2007년 3월 29일 17시 59분


1987년 미국으로 이민을 가 시민권을 얻은 주택건축업자 A(65) 씨는 경기 양평군에 할아버지 할머니의 묘가 있는 임야 2만2116㎡(약 6700평)를 갖고 있었다.

종손인 A 씨는 이민을 간 뒤 조부모의 묘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고 사실상 방치했다가 2002년 8월 땅값이 급등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A 씨는 임야를 팔고 싶었지만 조부모의 묘지가 문제였다. 급기야 A 씨는 굴착기를 동원해 조부모의 묘를 파내 유골을 가스불로 태우고 절구에 빻은 뒤 항아리에 담아 인근 임야에 묻었다.

하지만 A 씨의 동생들은 장남인 A 씨의 이 같은 처사가 못마땅했던 데다 재산 분배 문제까지 벌어지자 A 씨를 검찰에 고소했다.

이 사건을 수사해 온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부장 조상수)는 29일 A 씨를 분묘발굴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 관계자는 "법리상 존숭(尊崇)의 예를 갖추지 않고 묘를 함부로 파헤지면 분묘발굴죄에 해당한다"면서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유골을 태우고 매장한 행위가 법에 저촉되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A 씨는 검찰에서 "일부 가족들이 반대하기는 했지만 할 도리를 다했다"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택동기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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