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전 경기 하남시 신장2동 신평중 2학년 3반 국어시간. 이날 국어수업은 여느 때와 달랐다. 이영숙 교사의 지도로 학생들은 교과서를 덮고 표절 예방과 관련한 수업을 받았다.
조별로 만든 표어 8개 가운데 ‘표절은 자기 자신을 신용하지 못하는 마음을 비추는 거울’이란 8조의 작품이 가장 많은 표를 얻었다.
학생들은 표절의 정의, 표절을 하면 안 되는 이유, 외국에서의 표절 처벌 사례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조미나(14) 양은 “표절이 라틴어로 ‘어린아이 납치범’이란 걸 오늘 처음 알았다”며 “수행평가 숙제를 할 때 아무 생각 없이 인터넷 자료를 베꼈는데 앞으로 출처를 꼭 밝히거나 내 생각을 써야겠다는 걸 실감했다”고 말했다.
김병준 전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 등 저명인사들의 논문 표절 논란을 계기로 우리 사회에 만연한 표절을 추방하기 위해 지역 교육청이 발 벗고 나섰다.
경기 광주하남교육청은 올해 집중적으로 표절 예방 교육을 하기로 했다. 본보가 2월 20일부터 3월 1일까지 연재한 ‘표절 한국, 이젠 바로잡자’ 시리즈가 자극제가 됐다.
관내 35개 초등학교와 13개 중학교는 국어시간 및 특별·재량활동 시간에 표절 예방 교육을 한다. 신평중은 이날 첫 수업에 앞서 표절 교육과 관련한 가정통신문을 보냈다.
학교 측은 통신문에서 “지도급 인사들의 표절 시비가 잇달아 벌어져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가정에서도 어릴 때부터 표절 예방 교육을 해야만 정직하고 올바른 인재로 자라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통신문에는 본보 시리즈의 일부분이 요약돼 담겨 있다.
이혜숙 교장은 “학생들이 만든 표어를 진단평가, 중간고사, 기말고사 평가 문항지 상단에 적어 항상 표절 예방에 관심을 갖도록 하겠다”며 “각주를 다는 법이나 자료출처를 기재하는 방법도 꼼꼼하게 가르칠 것”이라고 말했다.
인근 하남초등학교는 학생들에게 표절 교육을 하기에 앞서 교직원들이 자체 연수를 했다. 교사들이 만든 표어 가운데 ‘보고 베낀 남의 지식, 부끄러운 나의 모습’이 우수작으로 뽑혔다. 이 표어는 1년간 이 학교의 평가지 상단에 기재된다.
이성우 교장은 “학교 교육은 물론 가정교육도 중요한 만큼 학부모회를 열어 표절 예방 교육을 할 예정”이라며 “지난해부터 운영 중인 ‘양심가게’와 ‘무감독시험’에 표절 예방 교육까지 더해지면 학생들의 정직성 함양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변화는 정직성 교육을 중시하는 전근배 교육장의 교육 방침 덕분이다.
전 교육장은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 사태, 대학수학능력시험 집단 부정사건, 저명인사의 표절 논란 등은 정직성이 결여돼 생긴 일”이라며 “글로벌시대에 외국 대학 등지에서 공부할 학생들에게 정직성과 표절 예방 의식은 중요한 덕목이다”고 말했다.
하남=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