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87주년]수입차, 한국서 통해야 세계서 통한다

  • 입력 2007년 3월 30일 02시 59분


올해로 자동차 시장 개방 20년을 맞았다.

1987년 1월 시장개방 첫해 수입차 판매실적은 10대에 불과했지만 지난해는 4만530대의 수입차가 팔려 4000배 넘게 성장했다.

시장점유율도 1987년 0.004%에서 지난해는 4%선을 돌파했다. 가격 대비 점유율은 14%에 달한다. 올해 시장점유율은 5%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수입차 판매의 급증은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은 자동차 품질을 바탕으로 효과적인 현지화 전략을 펼친 결과다.

○ 현지화 전략은 글로벌화의 핵심

한국 소비자들은 상당히 까다로운 편에 속하기 때문에 업체들은 고급스러움을 강조하면서도 한국시장에 맞는 마케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누적 판매대수 4만5000대로 수입차 브랜드 중 가장 많은 판매량을 기록한 BMW는 역동성과 운전의 즐거움을 강조해 성공을 거뒀다. 각종 조사에서 젊은층이 가장 선호하는 브랜드로 꼽히기도 했다.

올 1월 처음으로 월간 수입차 판매순위 1위에 오른 아우디는 ‘기술을 통한 진보’를 표어로 첨단 이미지를 내세우고 있다. 특히 ‘콰트로’로 불리는 4륜구동 시스템과 알루미늄 차체, 고성능 엔진 등을 장점으로 내세운 것이 판매에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렉서스는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부드럽고 조용한 승차감으로 승부를 벌여 2005년과 2006년 2년 연속으로 판매량 1위를 달성했다.

소규모 업체 중에는 볼보의 선전이 돋보인다. 연간 생산량이 45만 대에 불과하지만 ‘안전’의 대명사로 통하며 국내시장에서는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발휘해 지난해 1750여 대를 판매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 윤대성 전무는 “글로벌 기업인 자동차회사들이 개별 국가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정밀한 현지화 전략이 필수”라고 말했다.

○ 확대되는 사회공헌

수입차 업체들은 외형적인 성장에 걸맞게 사회공헌과 교육에도 관심을 쏟기 시작했다. 수익추구에만 매달리다 보면 한국에서 사랑받는 기업으로 살아남을 수 없다는 인식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렉서스를 판매하고 있는 한국토요타자동차는 10일 아름다운 재단을 통해 고등학생 45명에게 1억 원의 장학금을 전달했다. 8일에는 경기 성남시의 복지시설인 ‘안나의 집’에 직원들이 찾아가 노숙인을 위한 자원봉사활동도 했다.

BMW는 ‘기술인력 양성 프로그램’을 도입해 8개 대학에 첨단 기자재와 장학금 등을 지원하고 취업 기회도 제공하고 있다. 이 같은 프로그램은 BMW 해외 지사 중 처음이다.

아우디는 ‘콰트로 기금’을 만들어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은 청소년을 돕고 있으며, 가정형편이 어려운 축구 꿈나무를 선발해 지원하는 ‘유소년축구 꿈나무클럽’도 올해부터 운영을 시작했다.

볼보는 ‘볼보 포 라이프 어워즈(Volvo for life Awards)’라는 자선행사를 지난해부터 열고 있다. 안전과 환경,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을 발굴해 매년 5000만 원의 상금을 주고 있다.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 힐 아우디코리아 사장 “기술력 승부, 한국에서 먹히고 있다”▼

“아우디의 철학은 ‘기술을 통한 진보’입니다.”

트래버 힐(사진) 아우디코리아 사장은 “인류가 만들어 낸 자동차 중 가장 진보된 자동차는 아우디에서 나온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며 “기술력을 통한 승부가 세계시장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먹혀들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8일 부임한 그는 아우디그룹 내에서도 인정받는 국제전문가다. 남아프리카를 시작으로 독일 본사와 중국 일본 홍콩 등에서 근무했다. 영어, 독일어, 아프리카 언어에 능통하고 기본적인 일본어와 중국어도 구사할 수 있다.

아우디가 글로벌 인재를 한국에 보낸 것은 한국시장의 잠재성과 특수성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힐 사장은 “한국 소비자는 섬세하고 기술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 세계 자동차 업체들이 테스트 베드(test-bed)로 생각할 정도”라며 “한국에서 통해야 세계에서도 통한다는 각오로 현지화 노력에 열정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홍보용 달력을 만들 때도 한국적인 정취가 느껴지는 곳만 골라 다니고 소외계층 돕기에도 앞장서고 있다”고 덧붙였다.

▼ 이향림 볼보자동차코리아 대표 “합리적 가격의 소형 판매 확대”▼

“볼보자동차의 기업 철학은 안전, 환경 그리고 품질입니다.”

이향림(사진) 볼보자동차코리아 대표는 “ ‘삶의 질 향상’이라는 기업철학을 가진 볼보이기 때문에 자동차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기업철학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볼보자동차의 대표적 이미지인 안전도 불변하는 가치로 자리 잡았다”며 “최근 들어 한층 세련되고 현대적으로 변화한 디자인이 볼보의 새로운 매력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수입차 시장은 최상위 고객을 겨냥한 초호화 승용차 및 스포츠카와 함께 합리적인 가격의 소형 모델 판매가 크게 확대될 것”이라며 “볼보가 최근 내놓은 소형차 C30은 감각적인 디자인과 경제성에 초점을 맞춘 대표적인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수입차 업계에서 유일한 여성 CEO인 그는 “글로벌 리더가 갖춰야 할 덕목은 감성 경영과 이성 경영의 적절한 조화”라며 “인간에 대한 신뢰와 대화로 내부 직원들을 만족시키는 것이 고객의 만족으로 이어지는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 지기라 한국토요타자동차 사장 “인류 미래 생각하는 도요타 각인”▼

“사회공헌에 앞장서는 기업이 되겠습니다.”

지기라 다이조(사진) 한국토요타자동차 사장은 “올해의 중점 추진 과제는 사회공헌활동 강화와 인재육성 및 고객만족”이라고 밝혔다.

사회공헌 분야로는 어린이 환경 교육 프로그램인 ‘렉서스 환경학교’와 청소년들에게 교통안전의 중요성을 깨우쳐 주는 ‘줌인 세이프 스쿨존’ 행사가 마련된다.

생활 형편이 어려운 고등학생을 지원하는 ‘렉서스 꿈 더하기 장학금’과 ‘노숙자 급식 자원봉사’ 등 다양한 복지 프로그램도 준비돼 있다.

또 그는 “RX400h 등 하이브리드 모델의 보급 확대해 렉서스 하이브리드 모델의 뛰어난 환경 성능과 주행 성능을 알리는 데 노력할 계획”이라며 “도요타는 인류의 미래를 생각하는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수익성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회에 대한 봉사와 환경을 생각하며 소비자들의 존경을 받아야 진정한 글로벌 기업이 될 수 있다”며 “한국에서도 사랑 받는 기업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 김효준 BMW코리아 사장 “年 1만 대 판매 수년 안에 충분히 가능”▼

“BMW는 한국 전체 자동차 판매의 1%에 해당하는 연간 1만 대 판매를 목표로 세웠습니다.”

김효준(사진) BMW코리아 사장은 “다양한 수입차 브랜드의 국내 진출로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고 있지만 시장의 성장 속도가 빠르고 한국의 경제력도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수년 안에 1만 대 판매는 충분히 실현 가능하다”고 밝혔다.

김 사장은 “BMW의 자동차는 탁월한 디자인과 첨단 기술이 결합돼 역동적인 주행 성능이 장점”이라며 “환경친화적인 생산 시스템과 수소자동차 개발 등 환경 보호에도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본사의 투명한 경영과 전문화된 서비스를 벤치마킹해서 한국에서 차근차근 실현해 나가고 있다”며 “글로벌 기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다각적이고 창의적인 시각으로 기존의 방식과 다르게 문제에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글로벌화를 진행하고 있는 한국의 기업들에 대해 그는 “철저히 브랜드 이미지를 관리하고 고객 중심의 서비스를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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