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목소리로 ‘문화갈증’ 풀다

  • 입력 2007년 3월 30일 02시 59분


■ 1963년개국 동아방송 여성전문프로 선도

1960, 70년대 한국의 방송 문화를 주도한 ‘동아방송(DBS)’ 라디오에서도 여성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동아방송은 1963년 4월 25일 개국해 1980년 신군부에 의해 강제 통폐합될 때까지 여성과 관련해 선구적인 프로그램을 내보냈다.

개국 초 인기리에 방송된 ‘주부 시간’은 여성의 미용법이나 살림 소재를 넘어 여성 정보를 본격적으로 다룬 전문 프로그램이었다. 당시 다른 라디오 방송은 ‘가정 프로그램’의 하나로 요리 강습 등을 다뤘으나 여성 PD였던 배동순(2004년 작고) 씨가 여성을 프로그램의 주인공으로 내세운 ‘주부 시간’을 과감하게 기획했다.

당시 PD였던 안평선(70·경기미디어대표) 씨는 “‘주부 시간’은 여성들의 생각, 여성을 위한 교양 정보, 유명 여류 인사 인터뷰 등 다양한 측면에서 여성을 위한 고급 정보를 전달해 여성들의 호응이 컸다”고 회고했다. 배 씨는 국내 라디오 프로그램 중 처음으로 진행자 이름을 붙인 여성 전문 프로그램 ‘이경자의 여성살롱’을 기획 연출하기도 했다.

또 동아방송은 달라지는 여성의 사회적 위상을 반영해 다양한 장르의 프로그램에서 여성 진행자를 발탁했다. 1963년 동아방송 성우 1기로 들어온 이은미 씨는 정치 사회 문제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던 방송칼럼 ‘앵무새’의 전문 성우로 활약했다. 그가 낭랑한 목소리로 정권과 사회를 비판하는 글을 낭독할 때 청취자들은 “체증이 뚫릴 정도로 시원하다”고 격려 전화를 해 왔다.

1965년 1년여간 방송된 영어회화 프로그램 ‘미스 윤에게 물어볼까요’의 진행자 윤여훈(70) 씨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9, 10대 국회의원을 지낸 윤 씨는 “영어교육을 받기 어려운 시절이었고 회화 프로그램도 무척 드물었다”며 “당시 청취율 60%를 기록했을 만큼 인기를 누렸다”고 말했다.

방송인 김세원(62) 씨는 1970년부터 10년간 ‘밤의 플랫폼’을 진행하면서 ‘목소리의 연인’으로 불렸다. 짤막한 에세이와 팝송 한두 곡을 소개하는 15분짜리 프로그램이었는데도 1974년 대한민국 방송상을 받았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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