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10년 후 한국’이라는 책을 펴냈던 공병호 공병호경영연구소 소장은 2012년 한국의 미래를 이렇게 전망했다.
“한국 경제는 어느 때보다 잘 가고 있다”는 노무현 정부의 낙관론과 달리 현 시점에서 경제 전문가들이 내다보는 한국 경제의 미래는 대체로 암울하다.
올해 말 결정되는 차기 정부가 반(反)시장주의, 인기 영합주의라는 ‘한국병’을 치유하지 못한다면 한국은 영원히 2류 국가로 주저앉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공통된 시각이다.
○ 국민소득 3만 달러, 선진국 보증수표 아니다
경제성장률이 4%냐, 5%냐는 1%포인트의 차이지만 여러 해 거듭되면 기하급수적으로 그 차이가 벌어진다. 경제는 복리(複利)로 성장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이르면 올해, 늦어도 내년에는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에 접어든다. 앞으로 5년간 매년 3% 성장하고 지금과 같은 속도로 원화가치가 상승한다고 가정하면 5년 후인 2012년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2만7300달러. 4% 성장을 하면 2만8600달러로 늘어난다.
하지만 다른 나라들이라고 가만있진 않는다. 2004년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넘어선 19개국을 일컫는 ‘아너스 클럽’의 1인당 국민소득(추정)은 2007년 현재 평균 4만4400달러, 최소 3만3700달러.
이들 국가의 1인당 소득은 5년 뒤 평균 5만3800달러로 늘고 이 클럽에 들어서기 위한 하한선도 4만 달러 정도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선진국 문턱’ 자체가 빠르게 높아지고 있는 셈이다.
좀 더 낙관적으로 생각해 보자. 한국이 매년 6%씩 성장한다면 1인당 소득은 2012년에 3만1300달러, 7%라면 3만2800달러로 늘어난다. 이런 성장세를 10년간 유지한다면 2017년 한국의 1인당 소득은 4만9100∼5만3800달러로 10년 후 아너스 클럽의 문턱인 4만9300달러를 넘어 대망의 선진국에 진입할 수 있다.
이영선(경제학) 연세대 교수는 “한국 사회는 지난 몇 년간 ‘성장-분배 논쟁’ 등으로 너무 많은 에너지를 허비했다”며 “제대로 된 분배를 위해서라도 성장의 고삐를 늦춰선 안 된다는 사실이 분명한 만큼 소모적 논쟁을 끝내야 한다”고 말했다.
○ 양극화 문제에 대한 사회적 시각 바꿔야
“현 정부의 가장 큰 실책은 ‘양극화 해소’를 최대 과제로 부각시킨 것이다.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정책과제로 삼았다. 양극화는 정치적 용어일 뿐이다.”
경제부처의 한 고위 관계자는 현 정부 4년간의 정책을 되돌아보며 이렇게 비판했다.
그는 “복지예산을 늘려 절대 빈곤층의 생활수준을 높인다 해도 경제가 성장하면 최상위 계층과 최하위 계층의 ‘숫자상’ 격차는 벌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양극화란 상대적 개념이다.
최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사회 양극화의 실태와 정책과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한국 평균소득의 70∼150% 수준인 중산층의 비율은 1996년 55.5%에서 지난해 상반기 43.7%로 줄었다.
대신 평균소득의 50% 미만인 빈곤층은 11.2%에서 20.1%로 10년 새 2배 가까이로 늘었고, 160% 이상인 상류층은 20.1%에서 25.3%로 5%포인트 이상 증가했다. 이것이 외견상 나타나는 양극화 심화다.
그러나 이 기간 중 평균소득이 늘어 빈곤층의 절대적 생활수준이 개선된 것은 이 지표에 드러나지 않는다.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계층 간 소득 격차가 벌어지고 있지만 이 격차 자체를 문제 삼고 해소하겠다는 나라는 찾아보기 어렵다.
삼성경제연구소 홍순영 상무는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른 한국의 분배수준을 고려할 때 우리 사회의 양극화 문제에 대한 인식은 과장돼 있다”고 단언했다.
그는 “차기 정부는 경제성장을 통해 중산층을 두껍게 하고 절대 빈곤층이 기본적 생활수준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정책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 시장원리에 기초한 유연성으로 돌아가자
5년, 10년 뒤 선진국을 향해 도약하는 한국을 만들기 위해 경제 전문가들이 제안하는 방안들은 ‘시장원리에 기초한 유연성’이라는 말로 요약된다.
성장잠재력 확충을 위한 최우선 과제인 투자를 늘리기 위해 차기 정부는 출자총액제한제도, 수도권 규제 등 각종 규제를 유연하게 운영하거나 풀어야 한다. 경직적 교육체제를 깨고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키워내는 데도 유연성이 필요하다. 노사관계의 유연화, 산업구조의 유연성 등은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재정규모를 축소해 유연하고 효율적인 ‘작은 정부’를 만드는 것도 차기 정부의 과제다.
한국경제연구원 허찬국 경제연구본부장은 “세계 경제를 주도하는 미국의 가장 큰 경쟁력은 유연성 높은 시장경제 시스템”이라며 “차기 정부는 시장의 힘을 믿고 어떤 변화에도 대처할 수 있는 유연한 경제체제를 만드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중현 기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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