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2011]칼 루이스… 게이틀린… 붑카… 전설이 된 왕별들

  • 입력 2007년 4월 2일 03시 00분


‘총알처럼 달리고 새처럼 하늘로 뛰어오르는 선수들을 아시나요?’

1983년 핀란드 헬싱키에서 처음으로 열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는 2005년 같은 장소에서 10회 대회가 열릴 때까지 수많은 육상 스타를 탄생시켰다. 그동안 세계선수권대회를 빛낸 스타들을 살펴본다.

○ ‘20세기의 전설’ 칼 루이스(미국)

1991년 일본 도쿄 세계선수권대회 100m 결승. 키 188cm, 몸무게 80kg의 한 흑인 선수가 눈을 감은 채 숨을 고르고 있다. 잠시 후 출발을 알리는 총소리와 함께 8명의 선수가 총알처럼 튀어나갔다. 결승선을 가장 먼저 통과한 선수는 칼 루이스. 당시 9초 86의 세계신기록이었다.

루이스는 1983년 헬싱키 대회부터 3연속 우승했다. 그는 1987년 이탈리아 로마 대회(9초 93)와 1991년 도쿄 대회까지 연거푸 세계신기록을 갈아 치웠다.

이런 그에게 붙여진 별명은 ‘살아 있는 육상의 전설’. 루이스는 1999년 국제올림픽조직위원회(IOC)와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으로부터 ‘20세기 최고 선수’로 선정됐다.

○ ‘총알’ 모리스 그린(미국)

루이스의 뒤를 잇는 스타로 모리스 그린과 저스틴 게이틀린(미국)이 꼽힌다.

그린은 1997년 그리스 아테네 대회부터 2001년 캐나나 에드먼턴 대회까지 100m를 3연패했다. 1999년 스페인 세비야 대회에서는 100m와 200m를 석권하며 그해 제시오언스상을 받았다.

2005년 헬싱키 대회 100m, 200m에서 우승한 게이틀린은 아사파 파월(자메이카)과 함께 현재 100m 세계신기록(9초 77) 보유자. 그는 지난해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수퍼투어대회에서 9초 76으로 세계신기록을 세웠으나 약물 복용 사실이 드러나 기록이 취소되는 아픔을 겪었다. 2011년 대구 대회에서 명예 회복과 함께 재기를 노린다.

○ 여자 단거리의 별 게일 디버스(미국) vs 매리언 존스(미국)

1993년 독일 슈투트가르트 대회 여자 100m 결승. 게일 디버스와 멀린 오티(자메이카)가 똑같이 10초 82로 결승점을 통과했다. 그러나 승부는 가려야 하는 법. 사진 판독 장치를 통해 정밀 분석에 들어갔다. IAAF 규정에는 머리와 목, 팔, 다리, 손, 발을 제외한 몸이 결승점에 닿아야 한다고 돼 있다. 결과는 디버스가 0.001초 차이로 승리.

디버스와 오티는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여자 100m 결승에서 다시 만났다. 결과는 10초 94로 또 동률. 하지만 사진 판독은 이번에도 디버스의 손을 들어 줬다. 디버스의 상체가 오티보다 0.005초 먼저 들어왔다는 것.

하지만 1997년 아테네 대회와 1999년 세비야 대회의 여자 100m 정상은 매리언 존스의 차지였다. 존스는 2001년 에드먼턴 대회에서 200m와 400m 계주에서 우승했지만 100m에서는 잔나 핀투세비치(우크라이나)에게 1위 자리를 내줬다.

○ ‘인간새’ 세르게이 붑카(우크라이나)

세르게이 붑카는 ‘장대높이뛰기의 전설’이자 ‘인간새’로 불린다. 그가 장대높이뛰기 세계기록을 경신한 회수만 35회나 된다.

붑카는 19세 때인 1983년 헬싱키 대회에서 5m 70을 기록하면서 우승했다. 그 후 6회 연속 세계선수권 장대높이뛰기 정상에 올랐다.

‘마의 6m’ 벽을 처음으로 돌파한 선수도 붑카였다. 그가 1994년에 세운 6m 14는 지금까지도 세계최고기록으로 남아 있다.

북한의 정성옥은 1999년 세비야 대회 마라톤에서 우승해 일약 스타가 됐다. 당시 무명이던 정성옥은 2시간 26분 59초의 기록으로 정상에 올랐다. 남북을 통틀어 세계육상대회 첫 우승이었다. 북한은 정성옥에게 ‘인민 체육인’은 물론 ‘공화국 영웅’이라는 칭호를 부여했다.

이 밖에 세단뛰기의 조너선 에드워즈(영국)와 여자 장대높이뛰기의 스베틀라나 페오파노바(러시아), 중장거리 달리기의 하일레 게브르셀라시에(에티오피아) 등이 세계육상선수권을 빛낸 스타로 손꼽힌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국내 육상 유망주들

엄효석 전은회 정상진… “4년뒤 우리가 호랑이”

“우리도 있다.”

2011년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통해 세계적인 스타로의 도약을 꿈꾸는 선수들이 국내에도 있다. 아직은 유망주 꼬리표를 달고 있지만 4년 뒤 ‘호랑이’가 될지 누구도 알 수 없는 일이다.

마라톤 전성기 회복을 벼르는 국내 육상계가 가장 기대를 걸고 있는 선수는 ‘제2의 황영조’라는 평가를 동시에 받고 있는 엄효석(23·삼성전자)과 고교 장거리 1인자 출신인 전은회(19·건국대)다. 엄효석은 올해 2월 ‘마라톤 사관학교’인 건국대를 졸업하고 삼성전자에 둥지를 틀었다. 지난해 3월 서울국제마라톤에서 30km 지점까지 우승자 거트 타이스(남아공)와 선두 다툼을 벌여 육상인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올해 대회에선 다소 기대에 못 미쳤지만 자신의 최고 기록(2시간 18분 27초)을 세운 것은 희망적이었다. 전문가들은 엄효석이 1500m를 3분 50초대에 주파할 정도로 스피드가 좋아 지구력만 키운다면 조만간 2시간 10분대의 기록을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177cm, 56kg으로 마라톤에 최적의 신체 조건을 갖고 있는 전은회는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우승자인 황영조(국민체육진흥공단 감독)의 천재성과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이자 지난달 서울국제마라톤 우승자인 이봉주(삼성전자)의 성실함을 모두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서울 불광중 1학년 때 육상 중장거리를 시작해 고교 1학년 때 5000m, 1만m에서 상대가 없었다. 고등부 성적으로는 5000m(13분 56초 59)와 1만 m(29분 31초 89·이상 2006년 6월 호크랜챌린지대회) 최고 기록을 갖고 있다.

건국대 황규훈(대한육상경기연맹 전무) 감독의 양해를 얻어 올해 초부터 2년 일정으로 일본의 육상 명문 준텐도대에서 육상 유학을 하고 있다.

이 밖에 창던지기에서 정상진(23·한국체대)이 지난해 말 도하 아시아경기대회 육상에서 한국에 유일한 금메달을 안겼던 한국 기록(83m 99) 보유자 박재명(26·태백시청)을 뛰어넘을 재목으로 주목받고 있다. 현재 최고 기록은 79m 15.

세단뛰기에서는 지난해 15m 76을 뛰어 청소년 세계 랭킹 톱10에 진입한 김성호(17·전남체고)가 유망주다. 아직 국내 1인자 김덕현(22·조선대)이 보유한 한국 기록(17m 07)과 차이가 있지만 김성호의 빠른 발전 속도로 볼 때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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