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파주시 보건소 정신보건센터에 등록해 치료를 받고 있는 16명은 시집 ‘하늘꽃’을 내고 ‘정신건강의 날’인 4일 시집발표회를 연다.
이들이 시를 쓰고 책을 만들기까지는 약 4년이 걸렸다.
보건소가 사회복귀를 돕기 위해 진행한 주간보호 프로그램 중 주 1회 실시하는 미술치료 시간에 간단한 글쓰기와 그림 그리기를 시작한 게 시집 발간의 첫걸음이었다.
명문고에 진학했다가 극심한 입시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해 정신분열증을 얻은 A 씨는 언제 그런 고난의 시간이 있었느냐는 듯 자신이 지은 시 속에 평화에 대한 염원을 담았다.
“심장의 박동소리/참사랑의 기쁜 소리…언제나 함께 할 요동치는 소리/사랑하는 마음의 소리.”
남편의 상습폭행에 시달리다 정신분열 상태에 이른 한 여성은 아직 그 아픔이 남은 듯, 시에서 진정한 사랑은 도대체 무엇이냐고 물었다.
“사람은 왜 살까/가슴의 아픔은 왜 올까…우리들은 절망 속에 살까/아무리 생각 생각해도/무엇일까.”
정신분열증 환자들은 지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갑자기 고함을 지르거나 무기력해질 때가 많고 환청과 환시에 시달리다가 공격적으로 변할 때도 있어 사회 적응이 어렵다. 이의 치유를 도와 사회 일원으로 다시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게 정신보건센터의 일.
파주시 정신보건센터의 경우 미술치료를 통해 환자들이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 외부 세계와 의사소통을 하게 만든 성공사례로 꼽힌다. 환자들의 미술치료를 담당한 자연미술학교 박봉택(55) 원장은 “처음에는 갑자기 괴성을 지르거나 종이를 찢는 등 엉망이었다”며 “점차 자기 생각대로 그림을 그리고 그에 맞는 글을 써나가게 돼 이를 모아 시집으로 엮게 됐다”고 말했다.
치료과정의 어려움은 환자들이 교육 시간에 쓰고 그린 글과 그림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그간 외부와 단절된 삶을 살아온 이들은 파주여성회관에서 4일 열릴 발표회 때 자작시를 낭송하는 것으로 오랜만에 자신의 목소리를 낸다.
보건소 관계자는 “그 노력에 많은 사람이 격려와 관심을 보내준다면 오랫동안 앓아온 이들이 다시 사회로 돌아가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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