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진도아리랑에 웬 문경새재 문전세재로…”

  • 입력 2007년 4월 2일 07시 07분


남도를 대표하는 전통 민요 ‘진도아리랑’의 첫 번째 ‘메기는 소리’로 음악 교과서에 등장하는 “문경새재(조령·鳥嶺)∼” 구절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진도 사람들은 “문전 세재”=“문전 세재(인생살이 세 고개)∼웬 고갠고∼구부(굽이)야 구부 구부가 눈물이로구나.”

지난달 29일 전남 진도군 지산면 소포리 마을회관 겸 전통민속전수관.

요즘 시골 같지 않게 주민이 350여 명이나 돼 진도에서 가장 크다는 이 마을 회관에 오후 8시를 넘어서자 동네 사람들이 하나 둘씩 모여 들었다.

이 마을 사람은 거의 하루도 거르지 않고 저녁이면 이곳에 모여 ‘진도아리랑’ ‘육자배기’ 등 민요를 함께 부르며 즐긴다.

가장 먼저 도착한 곽순경(64) 할머니에게 아리랑 한 소절을 불러 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감기가 들어 소리가 나올지 모르겠다”고 겸연쩍은 표정을 짓다가 바로 목소리를 가다듬고 “아리 아리랑∼”에서 시작해 메기는 소리 “문전 세재”로 이어지는 아리랑 가락을 뽑아낸다.

이 마을 ‘대표 소리꾼’의 하나로 꼽히는 그의 발음은 정확히 ‘세재’에 ‘∼는’이 더해진 ‘문전 세전(세재는)’이었다.

그는 언제부터 ‘문전 세전’으로 불렀느냐는 질문에 “어려서 어메(어머니)들이 모여 놀 때부터 따라 불러 왔다”고 말했다.

박금영(65) 씨는 “진도 사람이 부르는 대로 해야지 왜 엉뚱하게 문경새재냐”고 반문하면서 “이 문제는 군청이 나서서 바로잡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진도군, “문전 세재로 가르쳐 달라”=진도군에서 진도아리랑 가사가 본격적으로 문제가 된 것은 2003년경.

진도 출신 국악작곡가 김상유(37·광주 정광중 음악교사) 씨가 학위논문 자료 조사를 위해 각계 인사를 만나면서 “문경새재가 아니라 문전 세재”라는 공감대가 확산됐다.

김 교사는 “수십 년간 가사가 왜곡된 채 전해졌고, 이를 배운 학생이 음악교사가 되어 다시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이 현실”이라며 “지금이라도 교육인적자원부가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사의 ‘문제 제기’에 따라 당시 진도군의회 정재호(57) 의원이 2003년 본회의 군정 질문을 통해 “진도와 아무 상관없는 ‘문경새재’가 아리랑 대표가사로 교과서에 올라 있는데 군이 직접 나서서 시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대책을 촉구하고 나섰다.

정 전 의원은 “그해 문경을 방문해 ‘진도아리랑에 왜 문경새재가 올랐는지 아느냐’고 물었더니 그쪽 사람들이 더 의아해하더라”며 “당시 군청 전화 ‘대기 중’ 안내 음악에 들어 있던 ‘문경새재’도 빼 줄 것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진도군은 당시 군의회 답변을 통해 “앞으로 군립민속예술단과 초중고교 특기적성교육 국악강사 등에게 ‘문경새재’가 아닌 ‘문전 세재’로 바꿔 가르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진도군 오판주(50) 문화관광과장은 “대부분의 주민이 그렇게 부르고 있고 군의회와 향토사가 등이 이미 잘못을 지적한 만큼 ‘문전 세재’로 불러야 한다는 것이 진도군의 공식 견해”라고 말했다.

진도=김 권 기자 goqud@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