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 수유초교가 ‘생활지도 선도학교’로 지정되면서 김 양은 ‘꼬마 패션 디자이너’로 변신하기 시작했다. 이 학교가 ‘스스로 꿈을 키우는 어린이’란 주제로 운영하는 자기관리 프로그램이 큰 몫을 했다.
김 양은 매일 아침 두세 개의 옷을 직접 그려보거나 디자인 책을 읽고 스크랩을 하는 등 하루 동안 자기계발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꼼꼼히 계획을 세운다. 그는 스스로 정리한 수백 개의 디자인 용어를 모두 외워 패션 지식이 수준급이다.
김 양은 “패션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학교에서 자기관리프로그램을 통해 배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수유초교의 자기관리 프로그램은 아이들이 스스로 공부하고 계획을 실천하도록 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학교 1·2학년생은 물건을 제자리에 정리하는 생활관리, 3·4학년생은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을 들이는 학습관리, 5·6학년생은 꿈을 이루기 위한 시간관리에 역점을 두고 있다. 학년별 교육 내용에 맞춰 반마다 세부 프로그램을 갖고 있다.
매일 아침 5∼10분간 스스로 학습 및 독서 계획을 세운 뒤 잠들기 전에 하루 동안의 계획이 잘 이뤄졌는지 돌아보도록 하는 것이 자기관리 프로그램의 핵심이다.
이효임(46·여) 연구부장은 “신문기사 읽기, 컴퓨터 익히기, 용돈기입장 쓰기 등 학급별로 올바른 생활습관을 기르기 위한 아침활동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며 “매주 두 번 특별활동 시간마다 학생이 스스로 공부한 내용과 행동을 평가하고 올바른 생활습관에 대해 토론한다”고 말했다.
수유초교는 학년별 교재인 ‘수유지기’와 독서지도를 위한 워크북 ‘파란마음 하얀마음’도 발간했다.
‘수유지기’에는 고운 말 쓰기, 손 씻기 등 주·월간 실천내용과 계획표가 들어있다. 학생들이 줄넘기하기, 방 정리하기 등 매달 도전과제를 선정해 성취감을 높일 수 있게 했다. 워크북은 학년별로 선정된 권장도서 50여 권의 독후감과 독서엽서를 쓸 수 있게 만들어졌다.
반 친구끼리 서로 생활습관을 고쳐주고 공부를 도와주는 ‘또래 멘터링 프로그램’도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깜빡 잊고 학습준비물이나 교재를 갖고 오지 않은 아이들은 반 친구들이 서로 챙겨 준다. 친구의 도움을 받았을 때마다 ‘멘터링 일기장’을 교환해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도록 함으로써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기를 수 있게 했다.
이 학교 권중만(57) 교장은 “대다수 학부모가 맞벌이를 하는 어려운 지역 여건을 고려해 아이들 스스로 공부하고 꿈을 찾을 수 있도록 가르치고 있다”며 “부모에게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자신의 꿈을 실현시키는 미래의 리더를 키우는 것이 자기관리 프로그램의 목표”라고 말했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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