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이 싹트는 교실]서울 수유초등학교

  • 입력 2007년 4월 3일 03시 01분


서울 강북구 수유초등학교 3학년생들이 지난달 30일 독서수업을 하고 있다. 수유초교는 독서지도를 위한 워크북 ‘파란마음 하얀마음’을 활용해 학생들이 학년마다 권장도서 50여 권을 읽고 독후감과 독서엽서를 쓰도록 지도하고 있다. 안철민 기자
서울 강북구 수유초등학교 3학년생들이 지난달 30일 독서수업을 하고 있다. 수유초교는 독서지도를 위한 워크북 ‘파란마음 하얀마음’을 활용해 학생들이 학년마다 권장도서 50여 권을 읽고 독후감과 독서엽서를 쓰도록 지도하고 있다. 안철민 기자
《서울 강북구 수유초등학교 6학년 김광욱(11) 양은 10여 권의 두툼한 스크랩북을 보물처럼 애지중지한다. 김 양의 꿈은 패션 디자이너다. 스크랩북에는 김 양이 수집한 옷 신발 구두 사진과 직접 그린 습작이 빼곡히 채워져 있다. 김 양은 2학년 때 TV에서 패션쇼를 우연히 본 뒤 패션 디자이너가 되기로 결심했다. 다른 사람을 아름답게 꾸며 주고 싶은 생각에 패션 관련 잡지와 화보를 닥치는 대로 뒤적이기도 했다. 》

지난해 3월 수유초교가 ‘생활지도 선도학교’로 지정되면서 김 양은 ‘꼬마 패션 디자이너’로 변신하기 시작했다. 이 학교가 ‘스스로 꿈을 키우는 어린이’란 주제로 운영하는 자기관리 프로그램이 큰 몫을 했다.

김 양은 매일 아침 두세 개의 옷을 직접 그려보거나 디자인 책을 읽고 스크랩을 하는 등 하루 동안 자기계발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꼼꼼히 계획을 세운다. 그는 스스로 정리한 수백 개의 디자인 용어를 모두 외워 패션 지식이 수준급이다.

김 양은 “패션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학교에서 자기관리프로그램을 통해 배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수유초교의 자기관리 프로그램은 아이들이 스스로 공부하고 계획을 실천하도록 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학교 1·2학년생은 물건을 제자리에 정리하는 생활관리, 3·4학년생은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을 들이는 학습관리, 5·6학년생은 꿈을 이루기 위한 시간관리에 역점을 두고 있다. 학년별 교육 내용에 맞춰 반마다 세부 프로그램을 갖고 있다.

매일 아침 5∼10분간 스스로 학습 및 독서 계획을 세운 뒤 잠들기 전에 하루 동안의 계획이 잘 이뤄졌는지 돌아보도록 하는 것이 자기관리 프로그램의 핵심이다.

이효임(46·여) 연구부장은 “신문기사 읽기, 컴퓨터 익히기, 용돈기입장 쓰기 등 학급별로 올바른 생활습관을 기르기 위한 아침활동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며 “매주 두 번 특별활동 시간마다 학생이 스스로 공부한 내용과 행동을 평가하고 올바른 생활습관에 대해 토론한다”고 말했다.

수유초교는 학년별 교재인 ‘수유지기’와 독서지도를 위한 워크북 ‘파란마음 하얀마음’도 발간했다.

‘수유지기’에는 고운 말 쓰기, 손 씻기 등 주·월간 실천내용과 계획표가 들어있다. 학생들이 줄넘기하기, 방 정리하기 등 매달 도전과제를 선정해 성취감을 높일 수 있게 했다. 워크북은 학년별로 선정된 권장도서 50여 권의 독후감과 독서엽서를 쓸 수 있게 만들어졌다.

반 친구끼리 서로 생활습관을 고쳐주고 공부를 도와주는 ‘또래 멘터링 프로그램’도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깜빡 잊고 학습준비물이나 교재를 갖고 오지 않은 아이들은 반 친구들이 서로 챙겨 준다. 친구의 도움을 받았을 때마다 ‘멘터링 일기장’을 교환해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도록 함으로써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기를 수 있게 했다.

이 학교 권중만(57) 교장은 “대다수 학부모가 맞벌이를 하는 어려운 지역 여건을 고려해 아이들 스스로 공부하고 꿈을 찾을 수 있도록 가르치고 있다”며 “부모에게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자신의 꿈을 실현시키는 미래의 리더를 키우는 것이 자기관리 프로그램의 목표”라고 말했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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