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인철]전교조의 점심 초대

  • 입력 2007년 4월 4일 03시 00분


정진화 위원장 등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집행부가 2일 교육인적자원부 출입기자들을 점심에 초대해 관심을 끌었다.

점심 한 끼가 대단한 일은 아니지만 전교조가 기자들을 식사에 초대한 일은 처음이라고 기억될 정도로 이례적이었다. 평소 전교조에 호의적이지 않은 언론을 ‘반교육적’ ‘수구언론’으로 몰아세우던 태도를 생각하면 격세지감이 들었다.

전교조 위원장과 민주노총 위원장을 지낸 이수호 서울 선린인터넷고 교사도 평조합원 자격으로 참석했다. 기자들 사이에서는 “전교조가 웬일이냐” “전교조 밥 얻어먹어도 되느냐”는 농담이 오가기도 했다.

정 위원장은 “전교조는 그동안 연가투쟁이나 하고 투쟁적 집단으로 칙칙하게 비쳤는데 앞으로는 밝고 화사한 이미지로 비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인사말을 했다.

정 위원장은 또 “툭하면 연가투쟁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한번 하면 제대로 준비해서 투쟁하겠다”며 “우리의 뜻을 언론에 제대로 이해시키지 못하면서 어떻게 많은 조합원과 대중을 이해시키겠느냐. 앞으로 이런 자리를 자주 갖겠다”고 말했다.

그는 “전교조가 아직도 구조적인 사회 모순의 핑계나 대고 말로만 참교육을 외칠 것이 아니라 노력하고 실천해야 한다”며 “학생 학부모가 공감할 수 있도록 ‘학생건강 지키기’ 등 생활실천운동을 전개할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정 위원장은 5월 중 한 달 일정으로 전국을 돌아보는 ‘교육 대장정’을 떠날 계획이다. 각 지역의 조합원, 어려운 학교, 소외계층을 만나 전교조가 무엇을 해야 할지 ‘민심’을 들어 보기 위해서라고 한다.

전교조 대변인은 “기자들과 자주 만나기 위해 ‘밤의 대변인’이 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전교조가 독선적 교육운동에서 탈피해 바깥 세상과 ‘소통’하기로 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전교조의 이런 변신 노력조차 사회적 고립을 탈피하기 위한 ‘일시적 전술’로 의심하는 일부의 시각이 있는 것은 전교조에 대한 불신의 깊이를 보여 준다.

정 위원장은 ‘민심투어’에서 이왕이면 똑같은 생각을 하는 조합원보다는 전교조를 비판하는 교사나 학부모들에게서 욕 먹을 각오로 민심을 듣는 자리를 많이 마련했으면 한다.

이인철 교육생활부 in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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