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학생들 오지 않는 ‘학생야영장’

  • 입력 2007년 4월 4일 06시 54분


경북지역 초중고교 학생들의 ‘호연지기’를 키우기 위해 운영 중인 학생야영장들이 시설이 낡고 프로그램도 획일적이어서 학생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이로 인해 사설 수련원을 이용하려는 학교가 점차 늘어나자 경북도교육청은 이달 16일부터 시작되는 올해 야영장 이용을 앞두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경북도교육청은 1980년부터 청도야영장을 비롯한 12개 야영장을 설치해 운영 중이다. 청도를 제외한 나머지 야영장은 모두 폐교를 활용한 것이다.

일상적인 학교생활에서 벗어나 극기훈련 등을 통해 학생들의 체력과 협동심을 키우자는 것이 당초 설치 목표였다.

이들 야영장은 초등학교 5학년과 중고교 1학년이 2박 3일씩 입소해 야간산행, 줄타기, 환경탐구 등의 프로그램을 체험한다. 연간 야영장을 이용하는 학생은 8만여 명.

경북도교육청은 각 학교에 야영장 활용을 권장하고 있으나 협의를 거치면 사설 수련원 이용으로 대체할 수 있다.

2005년에는 106개 학교 1만7000명, 지난해는 93개 학교 2만1000여 명이 야영장 대신 사설 수련원을 이용했다.

갈수록 야영장 이용을 꺼리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사설 수련원을 이용했던 한 학교의 교장은 “학생과 학부모들이 ‘야영장의 시설이 불편한 데다 프로그램도 단조롭다’며 대체를 요구했다”면서 “올해도 사설 수련원을 이용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야영장 사용은 무료가 아니다. 학생들은 2만5000원가량을 낸다. 야영장까지 이동하는 버스 이용료와 식사비 등이다. 사설 수련원을 이용할 경우 비용은 4만∼5만 원으로 더 비싸다.

야영장은 학생들이 밥도 직접 해 먹으며 야영을 하는 게 당초 취지였지만 지금은 대부분 급식업체에 위탁해 식사를 하고 있다.

군위와 경산야영장의 화장실은 아직도 재래식이다.

경북도교육청은 최근에야 야영장개선협의회를 구성하고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시설이 낡은 곳을 폐지하고 3, 4개의 특성화된 야영장을 조성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가령 바다와 인접한 울진야영장의 경우 해양수련원으로 전환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포항에 있는 대구시교육청의 해양수련원과 경남 남해의 학생야영수련원 등을 살펴볼 예정이다.

또 야영장의 시설을 개선할 때까지 초등학생은 이용하지 않도록 할 계획이다.

야영장개선협의회 추진위원장인 이영직 중등교육과장은 3일 “현재의 시설과 프로그램으로는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추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권역별로 특색 있는 야영장을 조성해 학생 수련뿐 아니라 교직원 휴양시설로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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