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모 대학의 1학년인 A(20) 양은 얼마 전 남자 친구로부터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를 들었다.
"모르는 일"이라고 부인했지만 2005년 모델을 구하는 광고를 보고 찾아갔다가 위압적인 분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3시간 동안 동영상 촬영에 응했던 악몽이 되살아났다. 동영상에는 A 씨가 나이와 학교 등을 말하는 부분까지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 양은 대인기피증이 생겼고, 자살까지 생각하다 결국 휴학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막 직장을 잡았던 B(23) 양도 비슷한 경우. 역시 회사를 그만두었다.
경남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4일 취업난으로 일자리를 찾기 어려운 여대생과 주부 등을 대상으로 구직사이트에 '피팅, 사진모델 모집' 등의 광고를 낸 뒤 이를 보고 찾아온 여성과 음란영상을 제작해 판매한 혐의(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이모(35) 씨 등 2명을 구속하고 달아난 공범 송모(36) 씨를 수배했다.
경찰은 또 캐나다에서 5개의 음란사이트를 운영하며 이 씨 등이 제작한 동영상을 편당 50여만 원에 사들여 온라인으로 유포시키고 140여억 원을 챙긴 30대 중반의 남자를 쫓고 있다. 음란물을 게시하거나 퍼 나른 임모(29) 씨 등 28명은 입건됐다.
경찰 조사결과 이 씨 등은 2004년부터 '얼굴과 신분 노출 없이 촬영, 3시간에 15~50만 원 지급' 광고를 보고 찾아온 여대생을 상대로 야외촬영을 한 뒤 안대를 씌워 인근 여관으로 장소를 옮겼다. 이어 "테스트용이며, 얼굴이나 목소리는 나오지 않는다"고 속이고 분위기를 잡아 1대 1 또는 2대1 음란 동영상을 찍었고, 자신들은 마스크 등으로 얼굴을 철저히 숨긴 것으로 드러났다. 음란 영상 피해여성은 23명으로 나타났다.
윤여한 사이버수사대장은 "피해여성들이 위압적인 분위기를 빨리 벗어나기 위해 동영상 촬영에 응한 것으로 조사됐다"며 "정보통신부와 협의해 음란사이트를 폐쇄하지만 이들이 주소를 바꾼 뒤 계속 운영하고 있어 문제"라고 말했다.
창원=강정훈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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