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사태 등 논문 조작 및 오류 시비를 겪은 서울대가 전 학부생을 대상으로 표절방지 및 연구윤리를 집중 교육하는 교양강좌를 처음으로 신설한다.
현재 국내 대학에서 전 학부생을 대상으로 한 연구윤리 강좌는 없고 석박사 대상 연구윤리 강좌도 부족해 서울대의 이번 강좌 개설로 국내 대학에 연구윤리 교육 붐이 일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 관계자는 5일 “2008학년도 1학기부터 새로 만들어질 ‘학문과 과학연구윤리’ 강좌를 전체 학부생이 교양 과목으로 이수하도록 교수들이 단대별 특성에 맞춘 강좌를 개발 중이며 현재 주요 내용을 합의한 상태”라고 밝혔다.
서울대는 황우석 사태 때 조사위원회와 연구진실성위원회 설치를 처음 건의한 이현숙 생명과학부 교수를 중심으로 젊은 교수 10명을 선발해 과목 내용을 개발해 왔다.
이 강좌는 전공과 상관없이 과학연구윤리 개론을 소개한 뒤 국내외 연구윤리 위반 사례 스터디를 하고 단대별 특성에 맞는 표절과 연구윤리 교육을 추가하도록 구성된다.
핵심 내용은 △학문이란 무엇인가 △과학윤리의 등장 배경 △연구윤리 위반 사례 △연구데이터 처리의 기초 △표절 방지법 등이다.
연구윤리 위반 사례로 황우석 사태, 미국 벨연구소의 논문 조작사건 등을 토론수업으로 진행한다. 미국 벨연구소 논문 조작사건은 2002년 당시 노벨상 수상자로 유력했던 얀 헨드리크 쇤 박사가 16건의 자료를 조작한 것으로 드러나 벨연구소에서 해고된 사건으로 황 교수 사건만큼 미국 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강좌 개발 책임자인 이현숙 교수는 “해외 유명 대학들은 이미 학부 시절부터 연구윤리를 체득하도록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고 지적하고 “연구 결과는 항상 사실(Fact), 규범에 근거해 작성해야 하는 점을 강조하고 각국의 연구윤리 정착을 위한 정책을 소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우석 사태로 불거진 국가주의, 영웅주의를 실례로 ‘과학윤리와 한국 사회의 독특성’에 대한 학생들 간의 토론도 진행한다.
연구윤리 강좌를 처음으로 도입하는 것과 관련해 조국 법학부 교수는 “황우석 사태 때 학부 윤리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은 교수들이 이번 강좌 개발로 그 첫 단추를 끼우는 것”이라며 “학생들이 리포트를 구매해 각주 없이 옮기는 경우가 흔해 각주 달기 교육을 강조하겠다”고 말했다.
홍성욱 생명과학부 교수는 “학생들이 리포트를 낼 때 결과에 유리하게 실험 수치와 통계를 조정하곤 한다”며 “정직한 연구 태도와 리포트 작성에 대해 교육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김옥주 의대 교수는 “수업 발표에서 자료 출처를 밝히는 학생이 드물고 협동연구 준비에 기여하지도 않고 이름만 올리는 무임 승차자도 있다”며 “윤리적 발표법과 공동연구 시 무임 승차 방지를 위한 독립평가제를 가르칠 예정”이라고 전했다.
한편 서울대는 앞으로 교수들의 연구 성과 중 유력 학술저널에 발표된 논문만 언론에 공개하도록 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서울대 연구처는 한 달 전 이공계 학부·학과장에게 공문을 보내 해당 분야 학술저널 목록과 각 저널의 영향력 지표인 ‘임팩트 팩터(Impact Factor·피인용지수)’를 조사해 제출하도록 지시했다고 5일 밝혔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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