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홍찬식]美유학생 10만 명 시대

  • 입력 2007년 4월 6일 03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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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은 지난해 유학 및 연수비용으로 빠져나간 돈이 44억5000만 달러에 달했다고 밝혔다. 2001년 10억7000만 달러보다 4배 이상 늘어난 액수다. 가파른 증가 속도에 현기증이 날 정도다. 그러나 실제 유학에 투입된 돈은 이 액수의 3배가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통계에는 유학생 계좌로 송금된 액수만 잡힐 뿐 다른 비용이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 계산 방식을 적용하면 지난해 유학비용은 13조 원이 넘는다.

▷미국에 유학 중인 한국 학생이 10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수(數)로 따져 국가별 순위 1위다. 몇 해 전만 해도 인도와 중국 유학생이 1, 2위를 다퉜고 한국이 그 뒤를 따랐는데 어느새 순위가 바뀌었다. 우리보다 인구가 20배 이상 많은 나라들보다도 더 많은 유학생이 가 있으니 이를 어떻게 봐야 할지 모르겠다. 순수한 교육열 때문인가, 아니면 ‘남이 하면 나도 한다’는 한국인 특유의 쏠림 현상인가.

▷미국뿐 아니라 중국에서도 한국 유학생 수는 단연 1위다. 총 5만4000명으로 중국 내 유학생의 38%를 차지한다. 캐나다에도 2만8000명이 나가 있다. 한국인의 배우려는 열의는 아무튼 세계 제일이다. 개인 능력의 총합이 국력인 만큼 국가적으로 ‘장기투자’에 해당된다. 하지만 그 안에는 세계 11위라는 경제규모에 비해 턱 없이 떨어지는 국내 교육에 실망해 유학을 결행한 이들이 적지 않다. 국내 교육에 자극제가 될 수 있었던 교육 개방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서 제외된 게 영 아쉽다.

▷유학은 교육기회의 확대인 동시에 인재 유출의 위험을 지닌다. 어렵게 벌어들인 외화를 써서 키운 인재가 한국에 돌아오지 않고 외국을 위해 일하면 이중(二重)의 손실이다. 1999년부터 2005년까지 정보통신 분야의 국비장학생으로 내보낸 한국 학생 184명 가운데 30%만이 학위를 받은 뒤 국내에 복귀했다는 통계도 있다. 애국심에만 호소할 일은 아니다. 모국에서 꿈을 펼 수 있다는 확신을 갖도록 여건을 만들어야 선진국 기업들이 제시하는 유혹을 뿌리칠 수 있다.

홍찬식 논설위원 chansi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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