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동서남북/‘맛있는 감귤’은 경쟁력 있다

  • 입력 2007년 4월 6일 06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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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귤낭을 다 베어야 헐거꽈(감귤나무를 다 베어야 합니까), 어떵헐지 모르쿠다(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타결 소식이 전해진 뒤 제주지역 감귤농가는 비통한 분위기에 잠겼다.

계절관세(수확기에 높은 관세를 매겨 생산자를 보호하는 제도)의 적용을 받기는 하지만 오렌지가 대량 수입되면 제주감귤의 보호막이 무너지기 때문이다.

소비자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한라봉’을 비롯한 하우스감귤은 직격탄을 맞게 됐고 오렌지 농축액은 즉시 관세가 철폐돼 감귤가공 산업 기반이 뿌리째 흔들릴 전망이다.

제주도와 농민단체는 감귤이 제주지역 농산물 생산액의 53%(6000억 원)를 차지하기 때문에 ‘생명산업’이라고 주장하며 협상 품목에서 제외해 줄 것을 요청했으나 결국 물거품이 됐다.

협상 타결로 감귤과 관련 산업의 연간 피해액은 678억∼1998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제주도는 협상 과정에서 정보부재로 우왕좌왕하며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일부 공무원은 정부가 협상 타결을 위해 제주감귤을 포기했다는 비난도 한다.

국회비준까지 계절관세 기간 등을 조정할 수 있는 여지는 있지만 이번 협상 타결로 제주감귤산업은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됐다.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이후 감귤산업이 생산량 조절 등으로 활로를 열었듯이 당장 눈앞에 닥친 미국 오렌지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값싼 중국 감귤을 넘어서는 길을 찾아야 한다.

감귤전문가들은 ‘고품질’로 승부할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질 낮은 감귤과 품종을 과감히 던져버리고 ‘고당도 신선감귤’로 소비자의 입맛을 잡아야 한다는 것.

당도가 아닌 크기로만 등급을 매기는 분류 과정과 감귤나무 밀식, 폐기해야 될 귤을 유통시키는 행위 등 제주 감귤산업이 개선할 사항도 한둘이 아니다.

정부와 제주도의 과감한 지원, 감귤농가의 의식전환이 삼위일체를 이룰 때 위기에 처한 감귤산업은 새로운 기회를 맞을 수도 있을 것이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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