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교육현장/장 담그기 배우는 당하중학교

  • 입력 2007년 4월 6일 06시 50분


5일 인천 서구 당하중학교 건물 옥상.

교사와 학생 10여 명이 옥상에 늘어선 장독 안을 유심히 살피고 있었다.

“장독 안에 있는 된장과 간장을 잘 살펴보세요. 우리 음식이 잘 숙성되어 가는 느낌이 들죠?”(교사)

“냄새는 좀 나지만 우리 전통음식의 우수성을 조금씩 알 것 같아요.”(학생)

지난해 3월 개교한 당하중학교가 학생들에게 전통음식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느낄 수 있는 창의적 재량 수업을 펼치고 있어 화제다.

이 학교는 햄버거, 피자 등 인스턴트식품에 푹 빠져 있는 요즘 학생들에게 조상의 지혜를 배우고 우리 것을 아끼는 정신을 심어 주자는 취지로 ‘전통 장 담그기 교육’ 등을 펼치고 있다.

학급당 한 항아리씩의 전통 장 만들기 체험학습장을 만들어 장이 숙성되어 가는 과정을 수시로 살핀다.

장 담그기뿐 아니라 무말랭이, 쑥 송편, 깻잎 장아찌, 마늘장아찌, 오이지, 동치미 등 제철 재료를 이용해 발효음식을 만드는 체험 학습도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인천시내 학교 중 유일하게 방과 후 학교 교육 과정에 ‘한식요리반’을 운영해 전통음식문화에 대한 지식을 학생들에게 전달하기도 한다.

절기 음식의 숙성 과정을 지켜보고 맛보기를 하며 자연친화적인 전통음식의 우수성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

이 학교는 이 같은 전통음식을 직접 조리하기 위한 별도의 조리장도 설치했다.

2학년 김연지(14) 양은 “장 담그기를 통해 전통 음식인 된장과 간장이 한 항아리에서 분리된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게 됐다”며 “냄새조차 맡기 싫었던 메주와 고추장 냄새가 이제는 구수할 정도로 정겹다”고 말했다.

당하중은 학생들이 직접 만든 된장과 간장을 바자회를 통해 판매해 수익금을 장학금 등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학부모 정시향(42) 씨는 “아이들에게 우리 음식에 대한 자부심을 키워 줄 수 있는 좋은 학습방법인 것 같다”고 말했다.

당하중은 이 같은 체험학습을 통해 지난해 전국 100대 교육과정 공모에서 전국 최우수학교로 선정됐다.

손순희(60) 교장은 “사고방식과 행동 양식이 모두 인스턴트식인 요즘 학생들에게 전통음식 만들기 교육은 인내와 끈기를 길러 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올해는 삼계탕, 불고기, 김치, 전통한과 등 다양한 전통음식을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건전한 인성과 창의성을 기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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