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할아버지 사부곡’ 보도 후 온정 이어져

  • 입력 2007년 4월 9일 14시 57분


10년을 한결같이 전신마비 아내의 병상을 지켜온 박일환(75·서울 강서구 가양동) 할아버지의 안타까운 사연이 동아닷컴(4월 7일자 보도)을 통해 알려진 뒤 온·오프라인에서 감동의 물결이 일고 있다.

네이버, 다음, 야후코리아 등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는 수백 건에 달하는 누리꾼들의 격려와 후원 문의 댓글이 올라왔고, 의료기관에서도 도움의 손길을 전해오고 있다.

“할아버지 힘내세요!”

인터넷 공간에선 수많은 누리꾼들이 박 할아버지를 돕겠다고 나섰다.

“병상에 누워 계신 할머니를 돌보는 할아버지 모습에 눈물을 쏟았습니다. 거동이 불편하신데도 사랑하는 할머니를 찾아가 정성껏 간호하는 할아버지를 보며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깨닫게 됐습니다. 기사와 함께 올라온 동영상과 사진이 아직도 머릿속에서 아른거립니다.”(아이디 ‘히로교우’ ‘nogugi4864’ ‘zzbzwmh’ 등)

“할아버지 힘내세요. 할머니께선 꼭 일어나실 거예요. 절대로 희망을 버리지 마세요. 할머니는 할아버지의 고운 마음을 받을 수 있도록 얼른 일어나세요. 할아버지에게 할머니의 마음을 표현해야 할아버지께서도 편안하시죠. 조금이라도 돕고 싶습니다. 후원 계좌를 꼭 알려주세요.”(‘gjaksxor’ ‘ekfrhkquf77’ ‘hul6009’ 등)

학생들도 후원 대열에 적극 동참했다.

“할아버지의 사랑에 감동했어요. 세상은 이래서 아직 살 만한 거 같아요. 작은 금액이라도 돕고 싶어요. 방법이 없을까요. 천 명이 천 원을 후원하면 백만 원이 되고, 만 명이면 천만 원이 되잖아요.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해요.”(중학생 유서원 군, 손혜인 김혜빈 양 등)

“힘들고 외로운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져주시는 이웃들의 따뜻한 마음이 제게도 전해지네요. 학비가 비싸서 저도 아르바이트를 하는 형편이긴 하지만 조금이나마 할아버지께 도움을 드리고 싶습니다.”(캐나다에서 유학중인 최은미 씨)

의료기관에서도 도움을 주겠다는 연락이 잇따랐다.

성남 분당구 세브란스병원안과 김남수 원장은 “할아버지 눈 검사를 한 후 제 손으로 치료가 가능하면 직접 도와드리고, 제가 하지 못할 상황이라면 다른 분께 부탁해서라도 도움을 드리고 싶다. 할아버지가 완치될 때까지 계속 돌봐드리고 싶다”고 연락을 해왔다.

전남 무안의 백년노인전문요양원 이연심 원장도 “두 분을 모시고 싶다. 이곳은 무료시설이기 때문에 아무런 걱정을 안 해도 된다. 지금까지 형편이 어려운 어르신들을 많이 모셔왔다. 그분들 마지막 가시는 길 편안하게 해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광주 고려병원, 무안병원과 연계돼 있기 때문에 치료도 받을 수 있다. 할머니께서 오신다면 앰뷸런스도 보내드리고 전입신고까지 다 해결해 드리겠다”고 덧붙였다.

병원 측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한편 누리꾼들은 병원 측에 “할머니를 다른 병원으로 옮기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원장님, 병원 경영도 중요하겠지만 두 분의 사랑을 꼭 지켜주세요. 너무 안타까워요. 정말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그 병원에서 계속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해주세요.”(소망 등)

“원장님, 할머니가 돌아가실 때까지 그 병원에서 배려해주시면 안 되나요. 꼭 좀 부탁드릴게요.” (‘m9898410’ ‘tomy’ 등)

이에 대해 할머니가 입원해 있는 S병원의 조일우(가명) 부원장은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다”며 애석해했다.

“2004년 7월, 강서보건소에서 ‘딱한 어르신이 있는데 도와달라’는 요청을 받고 할머니를 6개월간 무료로 입원시켜 드렸다. 그 이후엔 기저귀와 소모품 비용으로 월 30원씩 받았다. 간병인 한 명이 세 명의 환자분을 돌보는데 월 95만 원을 내야 한다. 어르신의 딱한 사정을 헤아려서 간병인 비용도 받지 않았다. 월 50만 원은 올 1월부터 받았다.”

조 부원장은 “올 1월초, 할머니께 폐결핵 증상이 나타나 2주 정도 큰 병원으로 옮겼다가 다시 우리 병원으로 왔다. 그때 할아버지에게 ‘이곳과 비슷한 비용으로 입원할 수 있는 협력 병원으로 보내주겠다’고 양해를 구했고, 보호자도 동의했다”고 말했다.

그는 “원장님이 그동안 형편이 어려운 독거노인 분들을 많이 도와오셨다. 병원 경영이 안 좋은데도 지난 3년간 할머니의 편의를 봐주며 최선을 다했는데, 오해를 사게 돼 안타깝다. 할머니를 다른 병원으로 옮기지 않고 이곳에서 돌보려고 한다. 기사 보도와는 상관없는 결정이다. 원장님은 절대 어려운 분들을 나 몰라라 하시는 분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기사 보도 후 누리꾼 및 익명의 후원자들께서 “할아버지를 도울 수 있는 계좌번호를 가르쳐달라”는 문의가 쇄도하고 있습니다. 이에 박 할아버지의 후원을 담당하고 있는 복지사 선생님 연락처를 게재합니다.

후원문의 : 02-2668-6992(연세대학교 가양4종합 사회복지관 김선화 선생님)

김승훈 동아닷컴 기자 h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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