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이 싹트는 교실]서울 동대문중

  • 입력 2007년 4월 11일 03시 01분


서울 동대문중은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학생과 학부모에게 수업 동영상을 제공해 인기를 끌고 있다. 한 교사가 학생들과 함께 자신의 수업 장면을 촬영한 동영상을 보고 있다. 안철민 기자
서울 동대문중은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학생과 학부모에게 수업 동영상을 제공해 인기를 끌고 있다. 한 교사가 학생들과 함께 자신의 수업 장면을 촬영한 동영상을 보고 있다. 안철민 기자
《홍성애(44·여) 씨는 틈날 때마다 딸 김수진(14·중2년) 양이 다니는 서울 동대문구 전농1동 동대문중의 홈페이지에 접속한다. 동대문중 홈페이지의 ‘자기 수업 공개실’에는 동영상 30여 개가 올려져 있다. 사교육 업체의 인터넷 강의와 달리 강의를 듣는 학생들의 모습도 보인다. 홍 씨는 “선생님들이 올려놓은 수업 동영상 덕분에 딸이 어떤 내용을 배우는지, 학생들의 수업 태도는 어떤지를 알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수업 동영상 공개는 이 학교 교사들의 자발적인 아이디어다. 일이 늘어나는 걸 달갑게 여기지 않는 교사들을 이 학교에선 찾아보기 힘들다. 중견 교사들이 주축이 돼 일을 만들고 있다.

동대문중에는 교육경력 10년 이상의 교사들이 주축이 된 학습조직 ‘백합회’가 있다. 백합회 회원들은 학생과 학부모에게 도움을 주면서도 교사들도 배울 수 있는 교육활동으로 수업 동영상 공개를 제안했다. 교사들은 지난해 3월부터 수업 동영상을 공개하면서 자신의 교수법을 되돌아보고 있다.

주정순 교무부장은 “교사들이 처음에는 부담스러워 했지만 지금은 자신의 수업을 동영상으로 찍어 달라고 할 정도로 반응이 좋다”며 “교사들은 학생과 학부모가 동영상에 붙인 댓글을 보면서 교수법에 대한 좋은 아이디어를 얻는다”고 말했다.

동대문중은 전교생 929명 가운데 무료 점심 지원자가 113명이나 되고 노점상, 일용직 등 서민 가정의 학생이 많은 편이다. 인문계고 진학률은 60% 정도다. 사교육 열풍이 불고 있다지만 사교육을 받을 수 있는 학생은 많지 않다.

교사들은 비록 가정 형편이 어렵지만 열심히 공부하려는 열의가 있는 제자들을 위해 뭔가 할 일을 찾기 시작했다. 오전 7시 40분∼8시 15분에 운영되는 ‘아침학교’에는 교사들의 열의가 배어 있다. 희망하는 학생들은 아침에 학교도서관에 나와 자율학습을 하고 있다. 교사들은 교대로 일찍 출근해 아침을 못 먹고 오는 학생들에게 빵과 우유를 나눠 주고 있다.

학부모 최수경(42·여) 씨는 “선생님들이 아침에 자율학습을 지도해 주는 것은 물론 아침식사까지 챙겨 주니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

교사들은 ‘방과 후 학교’에도 열심이다. 사설 학원을 다닐 형편이 안 되는 학생들을 위해 교과 관련 19개 강좌, 특기적성 관련 7개 강좌를 개설했다. 토요 휴업일에도 문화탐방과 진로탐색을 위한 체험학습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외부 강사를 초빙하기도 하지만 가급적 교사들이 직접 프로그램을 맡고 있다.

3학년생 문혜일(15) 군은 “다른 학교보다 프로그램이 다양하다”면서 “수준별로 수업을 하기 때문에 공부가 더 잘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3월 부임한 윤석원 교장은 “교사는 존경받아야 하고, 부지런해야 하고, 가르치는 일을 즐겨야 한다고 생각해 왔는데 우리 학교 선생님들이 바로 그런 분”이라며 “선생님들의 열의에 교장인 내가 놀랄 때가 많다”고 말했다.

교사들의 이 같은 노력은 작은 결실을 보고 있다. 동대문중은 지난해 교육인적자원부로부터 ‘전국 100대 교육과정 최우수교’로 선정됐으며,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학력신장추진방안 최우수교’와 ‘좋은학교 만들기 자원학교 운영 우수교’ 표창을 받았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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