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불 옹호 순회 강연=김 부총리는 이날 오후 3시 서울 중구 정동 이화여고 유관순기념관에서 서울시교육청 직원, 교장, 학부모 등 1800여 명을 대상으로 ‘대입제도 정책 설명회’를 열었다. 김 부총리는 5월 말까지 16개 시도를 돌며 비슷한 설명회를 열 예정이다.
교육부는 ‘기여입학제, 고교등급제, 본고사 바로 알기’라는 홍보물 1400여 부를 참석자에게 나눠줬다.
김 부총리는 1시간 넘게 3불 정책을 옹호하는 연설을 한 뒤 질의응답 시간도 갖지 않고 곧바로 퇴장했다.
그는 “사회지도층과 대학이 3불 정책 논의를 불쑥 던져 수험생과 학부모를 불안하게 해선 안 된다”면서 “1995년 교육개혁을 통해 본고사를 금지하기로 모두 합의해 놓고 대학이 혼란을 부추기는 데 본고사가 부활되면 고교 교육과정이 모두 망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대학이 중고교 교육을 위협하면 학교장들이 반대 목소리를 내야 하는데 그걸 못하니까 큰 놈(대학)이 작은 놈(중고교)을 괴롭히지 못하게 교육부가 나서는 것”이라며 “고교등급제는 선배들의 성적에 따라 대학이 결정되는 현대판 연좌제”라고 말했다.
▽참석자 동원 관제 행사=이날 설명회장에는 ‘서부’, ‘동부’ 등 지역교육청별로 좌석을 배치하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일부 학부모는 “자발적으로 왔다”고 말했지만 학교별로 학부모 한 명씩 행사 참석을 요청했다. 서울시교육청과 지역교육청에선 과장급 이상 직원과 모든 장학사 장학관이 동원돼 이날 청사가 텅 비기도 했다,
한 학부모는 “이틀 전 학교에서 통보를 받고 어쩔 수 없이 왔다”며 “물어보고 싶은 것이 많았는데 김 부총리가 일방적으로 이야기하고 가버리니 학부모를 들러리로 세운 것 아니냐”고 말했다.
동작구에서 온 한 학부모는 “대학별 본고사를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신입생을 선발해야 가난하고 실력 있는 학생의 입학 기회도 늘어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양천구에서 온 한 학부모는 “대입설명회에서 3불 정책 이야기만 해서 짜증이 났다”면서 “한국교육개발원도 현행 대입제도에 문제가 있다고 했다는데 교육부가 동떨어진 이야기를 해 혼란스러웠다‘고 말했다.
▽“강요 대신 토론”=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한재갑 대변인은 “정부가 눈과 귀를 막고 주장만 강변하지 말고 범국민적 협의체를 구성해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사립대 총장은 “대학이 3불 정책을 당장 없애자고 했느냐”면서 “아무런 대화도 없이 대학을 이기적 집단으로 매도하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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