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원 청중 상대로 ‘3不정책 홍보’

  • 입력 2007년 4월 11일 03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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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인적자원부가 10일 서울 중구 정동 이화여고 유관순기념관에서 개최한 ‘대입설명회’ 행사장 벽에 지역교육청별 자리 배치 안내문이 붙어 있다. 박영대 기자
교육인적자원부가 10일 서울 중구 정동 이화여고 유관순기념관에서 개최한 ‘대입설명회’ 행사장 벽에 지역교육청별 자리 배치 안내문이 붙어 있다. 박영대 기자
노무현 대통령이 ‘3불(不) 정책’(본고사·고교등급제·기여입학제 금지) 고수론을 밝힌 데 이어 김신일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이 10일부터 3불 정책 홍보전에 돌입했으나 청중의 반응은 싸늘했다.

▽3불 옹호 순회 강연=김 부총리는 이날 오후 3시 서울 중구 정동 이화여고 유관순기념관에서 서울시교육청 직원, 교장, 학부모 등 1800여 명을 대상으로 ‘대입제도 정책 설명회’를 열었다. 김 부총리는 5월 말까지 16개 시도를 돌며 비슷한 설명회를 열 예정이다.

교육부는 ‘기여입학제, 고교등급제, 본고사 바로 알기’라는 홍보물 1400여 부를 참석자에게 나눠줬다.

김 부총리는 1시간 넘게 3불 정책을 옹호하는 연설을 한 뒤 질의응답 시간도 갖지 않고 곧바로 퇴장했다.

그는 “사회지도층과 대학이 3불 정책 논의를 불쑥 던져 수험생과 학부모를 불안하게 해선 안 된다”면서 “1995년 교육개혁을 통해 본고사를 금지하기로 모두 합의해 놓고 대학이 혼란을 부추기는 데 본고사가 부활되면 고교 교육과정이 모두 망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대학이 중고교 교육을 위협하면 학교장들이 반대 목소리를 내야 하는데 그걸 못하니까 큰 놈(대학)이 작은 놈(중고교)을 괴롭히지 못하게 교육부가 나서는 것”이라며 “고교등급제는 선배들의 성적에 따라 대학이 결정되는 현대판 연좌제”라고 말했다.

▽참석자 동원 관제 행사=이날 설명회장에는 ‘서부’, ‘동부’ 등 지역교육청별로 좌석을 배치하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일부 학부모는 “자발적으로 왔다”고 말했지만 학교별로 학부모 한 명씩 행사 참석을 요청했다. 서울시교육청과 지역교육청에선 과장급 이상 직원과 모든 장학사 장학관이 동원돼 이날 청사가 텅 비기도 했다,

한 학부모는 “이틀 전 학교에서 통보를 받고 어쩔 수 없이 왔다”며 “물어보고 싶은 것이 많았는데 김 부총리가 일방적으로 이야기하고 가버리니 학부모를 들러리로 세운 것 아니냐”고 말했다.

동작구에서 온 한 학부모는 “대학별 본고사를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신입생을 선발해야 가난하고 실력 있는 학생의 입학 기회도 늘어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양천구에서 온 한 학부모는 “대입설명회에서 3불 정책 이야기만 해서 짜증이 났다”면서 “한국교육개발원도 현행 대입제도에 문제가 있다고 했다는데 교육부가 동떨어진 이야기를 해 혼란스러웠다‘고 말했다.

▽“강요 대신 토론”=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한재갑 대변인은 “정부가 눈과 귀를 막고 주장만 강변하지 말고 범국민적 협의체를 구성해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사립대 총장은 “대학이 3불 정책을 당장 없애자고 했느냐”면서 “아무런 대화도 없이 대학을 이기적 집단으로 매도하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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