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동서남북/주민 안중에 없는 지자체 감정 싸움

  • 입력 2007년 4월 11일 07시 00분


울산시는 매주 월요일 오전 8시 반부터 박맹우 시장 주재로 주간 업무보고회를 연다.

부시장과 실·국장은 물론 직속기관장, 구청과 군청 간부들이 참석해 현안을 보고하고 토의하며 지시를 받는 자리다. 본청 실·국장 등은 시장을 수시로 만나 업무보고를 하고 지시를 받기에 주간 업무보고회는 그동안 각 구청과 군청에서 시에 건의사항을 전달하는 통로로 요긴하게 활용돼 왔다.

그러나 9일 열린 보고회에 울주군에서는 아무도 참석하지 않았다. 지난달 26일에 이어 두 번째다. 엄창섭 울주군수는 “울주군에서도 월요일 오전마다 현안사업 점검 회의를 해야 하기 때문에 불참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그는 “시의 주간 업무보고회에 불참한다고 시와 군 간에 업무 협조가 안 될 이유가 없다”고 했지만 “굳이 시와 비슷한 시간대에 군이 업무보고회를 왜 열까”라며 고개를 갸우뚱하는 공무원이 많다. 시의 업무보고회는 광역시 승격(1997년 7월) 이후 10년째 월요일 오전에 열려온 전통이기에 더욱 그렇다.

최근 불거진 인사문제도 마찬가지다.

엄 군수는 시가 행사해온 4, 5급 공무원 인사권을 울주군에 돌려줄 것을 요구했다. “울주군이 독자적으로 인사권을 행사하면 시와의 인사교류가 단절되고 기초단체 소속 직원들의 승진기회가 줄어든다”며 나머지 4개 구청장들은 반대하고 있지만 엄 군수는 ‘법대로’를 외치며 주장을 꺾지 않고 있다.

울주군이 지난해 ‘영남알프스’를 ‘울주 7봉’으로 일방적으로 명칭을 바꿔버린 데 대해서도 시는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있다.

기초단체가 사사건건 광역단체를 무시하고 치받는 모양새가 지방자치제의 본 모습으로 보기엔 너무 볼썽사나운 게 요즘 울산의 모습이다.

자치단체 간의 잦은 마찰은 결국 주민 피해로 이어진다는 점을 명심했으면 한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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