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질녘 엄마 아빠와 ‘글마루’로 등교해요”
○ 한밤에 책 읽는 소리 들리는 학교 도서관
이 ‘야간 독서객’들은 이 학교 1학년 5반 학생 가족이었다. 백마초교는 2일부터 ‘학부모와 함께하는 야간 도서관’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전 학년 36학급인 이 학교는 수업일마다 한 학급씩 가족 단위로 학교 도서관에서 책 읽는 프로그램을 연중 운영할 계획이다.
이날 참여한 가족은 1학년 5반 어린이 28가족. 도서관에 들어선 가족들은 읽을 만한 책을 골라 테이블을 하나씩 차지하고 앉았다. 취학 전 어린이를 데려 온 가족은 바닥에 앉아 책을 볼 수 있는 공간에 따로 모여, 엎드리거나 앉은 채로 그림 동화책을 아이들과 함께 읽었다.
부모와 함께 온 1학년 채수진(7) 양은 “아빠가 집에서도 하루에 두 번씩 책을 읽어 주시는데 학교에 와서 읽어 주시니까 너무 좋다”며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1만4500여 권의 책, 400여 종의 시청각 교재를 보유한 이 도서관은 교실3개 크기. 지난해 10월까지는 지금의 양지바른 곳이 아닌 건물 뒤편 응달에 자리 잡고 있었다.
지난해 3월 부임한 황남연(60·여) 교장은 지금의 도서관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교무실을 다른 곳으로 옮기고 글마루 도서관을 마련했다. 올해 55회 졸업생을 배출했을 만큼 역사가 오랜 학교라 건물 대부분이 낡았지만 교육청에서 환경개선용으로 지급한 예산은 도서관 개선에 집중했다. 그 결과 1년여 만에 ‘빛나는’ 도서관을 갖게 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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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 시간에는 아이들이 수시로 찾고, 밤에는 학부모와 함께 찾는 도서관이 되다 보니 도서관 사서 일손이 크게 모자랐다. 이 문제는 학부모들의 도움으로 해결했다.
형을 따라 온 동생은 신을 벗고 바닥에 앉아 엄마가 읽어 주는 그림 동화책에 빠져 들고, 동생과 함께 온 누나는 알아서 혼자 책을 읽었다. 올해 처음 초등학생이 된 자녀를 옆에 앉힌 아버지들은 ‘도서관에 왔다’는 사실에 더 상기된 표정이었다.
직장에서 곧장 퇴근해 양복을 입은 채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부모 이종현(37) 씨는 “평소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 줄 시간이 없었지만 오늘 학교에서 특별한 독서 시간이 마련돼 일찍 퇴근했다”며 “서둘러 오느라 힘들었지만 아이들이 너무 기뻐해 보람찬 하루가 됐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도서관을 더욱 친숙한 공간으로 느끼게 하기 위해 학교 측은 도서관에서 주 1회 영화도 상영하고 도서관 자료들을 이용한 국어, 사회 과목 수업을 학급별로 학기당 1, 2회 시행하고 있다.
황 교장은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독서가 아이들에게 자연스러운 습관이 될 수 있도록 가족과 함께 찾아오는 도서관을 만들었다”며 “학부모들이 더 좋아하시는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고양=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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