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와 문화재청이 선사시대 바위그림인 울산대곡리반구대암각화(국보 제285호)에 대한 보존 대책을 수립하지 못하고 있어 훼손이 가속화되고 있다. 신석기∼청동기시대의 바위그림인 반구대 암각화는 수직으로 된 바위 면에 새겨져 있어 수천 년 동안 원형이 잘 보존돼 왔다. 그러나 암각화가 발견(1971년)되기 6년 전인 1965년 하류에 사연댐이 건설된 뒤 1년에 8개월 이상 침수되면서 훼손이 심각한 실정이다.》
석조문화재보존과학연구회(연구책임자 김수진 서울대 교수·보존과학회)가 2001년 10월부터 2년 동안 정밀 실사를 한 결과 반구대 암각화는 침수와 노출이 반복되면서 암각화 뒷면에 생긴 큰 구멍에 쓰레기 등 이물질이 많이 쌓여 방치할 경우 암각화가 새겨진 바위 면이 통째로 떨어져 나갈 위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보존과학회는 암각화 보존을 위해 △사연댐 수위를 낮추는 방안 △반구대 암각화 바로 앞의 대곡천 유로(流路)를 변경하는 방안 △반구대 암각화 바로 앞에 차수벽(遮水壁)을 설치하는 방안 등 세 가지를 제시했다.
댐 수위를 낮추는 방안은 암각화 접근이 용이한 점은 있지만 담수 능력 감소에 따른 상수원 확보를 위해 1200여억 원을 들여 댐을 추가로 건설해야 하고 유로 변경 방안은 담수량에는 변동이 없지만 공사비가 300여억 원이 소요되고 인근 산림이 훼손된다는 문제점이 제기됐다. 차수벽 설치 방안은 암각화를 훼손하는 위험이 있지만 사업비가 53억 원밖에 소요되지 않는 장점이 있어 가장 경제적이고 현실적이라고 보존과학회는 밝혔다.
울산시도 지난달 차수벽 설치를 문화재청에 건의한 바 있다.
하지만 지질자원연구소 성익환 책임연구원은 최근 지역 방송사 토론회에 참석해 암각화 보존을 위해 사연댐 수위를 낮추고 부족한 물은 지하수를 개발해 충당할 것을 제시했다.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은 지난달 울주군을 방문해 “퇴역 잠수정을 활용해 물속에서 암각화를 관람하는 역발상을 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그러나 시와 문화재청은 반구대 암각화 보존 방안을 아직 내놓지 못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여러 보존 방안이 제시돼 아직 어떤 것이 가장 합리적인지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며 “문화재청과 함께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 암각화 보존과 관련해 범국민 토론회를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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